◇남자- 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ㆍ인성기 옮김
들녘 발행ㆍ1만9,000원
남성과 여성. 사람을 구분하는데 있어 이처럼 명확한 기준이 또 있을까. 그런데 독일의 문명비평가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남성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이고, 태초에 인간은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도전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이같은 차이는 남자는 사회적으로 조직된 통과의례, 소위 성년식을 거쳐야 비로소 남자가 되는 데서 비롯된다. 남자는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겁이 나도 겁을 내서는 안 되는, 아주 불안한 감정을 지닌 특별한 종족이라는 것이 슈바니츠의 주장이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남자는 과대평가받는 존재이며 ‘진화과정의 미아(迷兒)’이자 ‘실수한 오발탄’이다.
게다가 남자는 적들에 대해서는 강한 투사이고 야만적이지만 내부세계, 즉 그가 원하는 여자에게는 야만성에 고삐를 채워 유순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둔갑해야만 하는 이중의 부담을 갖는다.
저자는 이같은 남자를 ‘문명의 덫에 걸린 존재’로 표현한다. 대다수 남자가 밥벌이의 책임을 홀로 가지고 있기에 더욱 벗어나기 힘든 덫이다.
남자는 자아의 정체성을 찾기 힘들고, 외부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자아를 체험하는 종족이다.
저자는 남자가 화를 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자신의 존재조차 자연스럽게 표출하지 못하는 병리적 증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저자는 “그러므로 여자는 ‘남자의 다름’을 전제로 남자를 바라봐야 한다”며 “이러한 남자들의 부조리한 모습을 용납하고 이해하고 사랑해달라”고 결론 내린다. 남녀는 평등해야 하지만 동등할 수 없으며, 그 차이를 제대로 인식해야 효과적인 평등의 구조를 그려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남녀가 모두 이해의 폭을 넓혀가야 한다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구성이 흥미롭다. 독일 남녀의 종교나 성 문제, 결혼관, 유럽의 정신사, 신화 등을 통해서 남녀의 문제에 있어 금기와 미지의 영역들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관찰하고 해부한다.
저자는 허점이 많은 남자의 모습을 따뜻한 시각과 위트로 감싸 안고 있다. 예컨대 주부에게 평생의 반려자인 남편을 가사일에 끌어들이는 것이 왜 그다지도 힘든지 설명한다.
“남자는 언제나 영웅이고자 한다. 쳇바퀴 돌듯 단조로운 집안일을 하는 남편에게 칭찬을 해줘라. 아내는 오직 한 명의 사원을 거느리고 있는 사장이기 때문이다.”남녀 간의 차이를 남녀가 서로 다르게 체험하는 섹스의 흥분 곡선에 비교하기도 한다.
슈바니츠가 그린 남자는 참 불쌍하고도 한심한 존재다. 어찌 보면 남자의 특성을 과장한 측면도 없지 않다. 논의의 전제인 ‘문명은 여자의 것’이라는 등식도 쉽게 수긍하기 힘든 부분이다.
그러나 부부간 소통의 부재로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여자에게 남자의 특성을 이만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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