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발의 40대 백인 남자와 한국인으로 보이는 미모의 20대 중반 여자. 최성규(崔成奎) 전 총경의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잠적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로 이들 정체불명의 남ㆍ녀가 떠올랐다.JFK 공항 관계자들과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당시 미 연방요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백인 남자가 최 전 총경 입국과 관련한 현장 상황을 총지휘했고,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그와 행동을 함께 했다.
■ 현장 지휘한 연방요원
19일 낮(이하 현지시간) 뉴욕 총영사관의 경찰주재관 한광일(韓光一) 영사는 본국으로부터 긴급연락을 받고 도쿄(東京)발 유나이티드 항공(UA) 800편이 도착할 즈음인 오후 3시30분께 JFK공항 7청사 1층 국제선 출국장 앞에 도착했다.
그는 최 전 총경을 만나러 보안구역(CIQ)으로 들어가려다 제지당했다. 이 곳 출입이 제지된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 의아해하는 한 영사에게 40대 백인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한 영사에게 “연방요원(Federal Agent)”이라며 신분증을 슬쩍 내보인 뒤 “국무부의 승인이 있어야 (최 전 총경을) 면담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미 최 전 총경과 관련한 모든 상황을 알고 준비해온 듯한 태도였다. 한 영사는 국내인사들의 방미 등과 관련해 워낙 공항출입이 잦은 터라 CIQ직원은 물론, 웬만한 공항요원들과는 익숙한 처지.
그러나 그는 전혀 낯선 인물인데다 이날 CIQ 등을 출입할 때 여러 번 신분증을 꺼내보이는 모습을 보아 공항상주요원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이어 그는 주변을 둘러본 뒤 공항직원들을 불러 뭔가를 지시하고는 CIQ 안으로 사라졌다.
■ 한국 여자의 정체는
그는 오후 5시께 국제선 출구와 200여㎙ 떨어진 국내선 출구에서 다시 목격됐다. 소형 여행가방 2개를 들고 나타난 이 남자는 기다리고 있던 한국인으로 보이는 키 170㎝정도의 20대 여자와 악수를 나눴다.
잠시 후 연락을 받고 달려온 듯한 뉴욕시경(NYPD) 배지를 단 사복경관 등 2명에게 여자를 소개하고는 다 함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 국제선 출국장쪽으로 향했다.
출국장 앞에서 대기하던 경광등 달린 검은색 승용차 2대는 이들 4명이 나눠 오르자마자 쏜살같이 공항을 빠져 나갔다.
■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
5시40분께 이 백인남자는 한 영사 등이 있는 국제선 출국장에 다시 나타났다. 한영사가 다시 다가가 “최의 입국ㆍ억류 여부를 알고 싶다”고 거듭 요구했지만 그는 손을 내저으며 “아무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한 영사를 돌려세웠다.
CIQ를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는 정확히 오후 6시30분께 행방을 감췄다. 최 전 총경이 공항을 빠져나갔다고 알려진 바로 그 시각이었다.
공항측은 이후에도 이 남자의 신분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어, 그가 모종의 임무를 띄고 외부기관에서 급파된 인물이라는 정도만 추정될 뿐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뉴욕지사=신용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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