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무덤은 먼저 간 무하마드의 무덤처럼 꾸며주세요, 너무 크지 않게요. 그렇게 순교자 형제들 옆에 눕고 싶어요. 저 때문에 울지는 마세요. 다만 시간 날 때 가끔 찾아주시면 돼요.”23일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 지구의 이스라엘인 정착촌에 폭탄을 두른 채 돌진하다 저격수의 총에 맞아 숨진 유세프 자콧(14)의 짧은 유서다. 뉴욕 타임스는 25일 동시에 자폭 공격을 감행하다 숨진 14~15세 팔레스타인 소년 3명의 사연을 보도했다.
유세프는 자폭 공격을 결심한 뒤 차분히 주변을 정리했다. 가족에게 근처 구멍가게 주인에게 꾼 25센트를 갚아 달라고 부탁하고, 아끼던 카세트 테이프를 친구들에게 나눠 줬다.
담임 선생님께 빌렸던 책 두 권도 돌려드렸다. 운명의 날 밤, 칼과 폭탄을 들고 목표를 향해 달리던 세 친구는 자신들의 거주지역 담을 벗어나 겨우 14㎙ 지점에서 이스라엘군의 총탄에 쓰러졌다. 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친구였다.
세 소년의 죽음은 비단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사회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점차 확산되는 자살 폭탄 공격 행렬에 어린 소년들이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공격을 감행할 소년들을 비밀리에 모집한다는 추측이 나도는 가운데, 유세프의 가족들은 과격 단체가 소년들을 모집했는지 조사해 줄 것을 촉구했다. 또 종교 지도자들과 지하드,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게 “어린이를 상대로 자폭 테러를 선동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역사적인 행동이에요. 친구들 모두가 (자폭 공격을) 원하고 있어요.” 유세프의 장례식에 참석한 무하마드 바카르(16)군의 말처럼 테러의 근본을 제거하겠다는 이스라엘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순교 문화’는 오히려 확산되는 듯하다. 가자 지구에서는 18일 이후 최소한 4명의 14~15세 소년들이 자폭 공격 시도 중 숨졌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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