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규(崔成奎) 전 총경의 미국 입국 의혹을 두고 외교부와 법무부가 이상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책임 떠넘기기식 ‘네탓 공방’은 의혹 해소를 기대하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이태식(李泰植) 외교부 차관보가 25일 “한미 형사사법공조조약의 실무 부처인 법무부로부터 최 전 총경문제와 관련한 아무런 공식 요청이 없었다”고 공언하면서 공방은 시작됐다. 그는 미 이민 귀화국이 우리 공관원에게 최 전 총경 체포영장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 점을 강조했다. 법무당국이 일찍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외교부에 공식 협조요청을 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로 들렸다. 이를 두고 외교부는 ‘할말을 제대로 했다’는 분위기다. 책임질 부처는 따로 있는데 외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이유로 외교부가 억울한 비난에 몰렸다는 점을 부각하고 싶은 표정이다. .
외교부의 이런 태도에 법무부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씨의 범죄혐의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라 24일에야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는 해명과 함께 “신병 억류 요청은 조약상의 공조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리 해석도 있어 신중해야 했다”는 이유까지 들어 외무부를 반박했다.
설명과 반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공방이 할 일을 제대로 했느냐에 대한 반성을 결여한 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당국의 설명이 어떻든 국민의 상식으로 보면 24일에야 체포 영장을 청구한 것은 늑장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외교부도 ‘한미 양국의 기획 도피설’의 근거로 거론되는 최씨의 상세심사 대상 분류 경위에 대해 미 이민귀화국으로 설명책임을 돌리고 있다.
양측의 태도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고 보자는 행태로 비치기 십상이다. 부처간 업무 조정 능력의 실종을 확인시킨다는 점에서 걱정까지 들게 하는 장면이다.
이영섭 정치부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