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9년의 대공포조르주 르페브르 지음ㆍ최갑수 옮김
까치 발행ㆍ1만5,000원
프랑스혁명사 연구의 대가 조르주 르페브르(1874~1959)가 쓴 ‘1789년의 대공포’가 서울대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됐다.
이 책은 프랑스 대혁명 발발 무렵 프랑스를 휩쓴 ‘대공포’의 실체를 추적하고 있다. 바스티유감옥 습격(1789년 7월14일) 이전의 프랑스는 흉년으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경제불황을 겪고 있었다. 국왕은 신분제 의회인 삼부회를 소집했고 민중은 이를 계기로 고통을 덜게 되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삼부회의 제3신분(평민) 대표들이 강제 해산되고 국왕과 특권계급이 비적떼와 외국군대를 동원해 지방을 장악하려 하며 인근 전제왕정이 프랑스에 군대를 보낼 것이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거대한 공포 속에서 시민과 농민들은 자위를 위해 무장했고 반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책은 공포의 진앙지를 추적한 끝에 특권계급이 세운 음모가 아니라 실체와 원인이 불분명한 ‘거대한 오보’라고 결론 내린다. 허깨비 같은 공포심 때문에 법석을 떤 셈이지만 그런 현상이 결국 역사를 바꾼다.
그 해 8월4일 봉건제 폐지선언이 나온다. 봉건제야 언젠가는 폐지됐겠지만 대공포와 그에 따른 농민, 시민의 자구 움직임이 폐지를 앞당긴 셈이다.
책은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체가 불분명한 현상이 얼마나 크게 개인과 사회를 바꿔놓을 수 있는지 뚜렷하게 일러준다. 원저는 1932년에 처음 발행됐으며 번역본은 1988년에 나온 4판을 저본으로 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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