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6일 박선숙(朴仙淑) 대변인을 통해 밝힌 메시지의 내용 중 첫번째는 대국민 사과이고, 두 번째는 ‘검찰 조사결과에 따른 처리’이다. 간접화법을 통한 입장 표명이지만, 두 가지의 메시지는 김 대통령의 심리 상태와 생각을 잘 드러내고 있다.우선 대국민 사과는 아들들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이를 피해갈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들끓는 국민 여론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그 동안 김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이에 대해 청와대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최규선(崔圭善)씨의 진술만 있는데 어떻게 대통령이 나설 수 있느냐”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 대통령이 간접화법으로라도 입장을 표명했다는 사실은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이날 간접적인 입장 표명도 김 대통령이 박 대변인에 지시해 발표된 것으로 알려져, 숙고 끝에 내려진 조치임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대국민 사과에 이은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른 처리’라는 언급을 사법처리를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해석할 수 있을까. 이 같은 등식화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들은 “아니다”고 답한다.
검찰 조사 결과,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법적으로 책임질 사안이 명확하지 않는데도 여론 몰이로 단죄하는 것은 안 된다는 중의적 표현이라는 게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설명이다.
검찰이 아들들의 명백한 혐의를 밝혀 소환 통보를 하면, 그에 따라 귀국하거나 출두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홍걸(弘傑)씨가 검찰 소환 이전에 귀국하거나, 홍업(弘業)씨가 자진 출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도 홍걸씨 등이 출두하는 시점에 이루어 질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흐름으로 볼 때, 홍걸씨 등의 면책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조사 결과에 따른 처리’는 결국 비장한 선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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