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산의 해’. 나무와 숲, 맑은 물과 공기 등 산이 주는 혜택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정했다. 하지만 산은 또 도전의 대상이다. 사람들은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산에 뛰어들고 때로는 목숨까지 잃는다.산악 책이 잇따라 나오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불굴의 정신과, 그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인간적 드라마가 그만큼 값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가 쓴 ‘산은 내게 말한다’(예담)는 저자의 등반 철학을 담은 책이다. 메스너는 셰르파도, 산소호흡기도 없이 1978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산악인이다. 86년 로체봉을 마지막으로 8,000m가 넘는 산을 모두 등정했다.
산악인들은 그를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철인으로 받아들인다. 책에서 그는 “야망 때문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산이 얼마나 높고 험준하며 가혹한지 알고싶은 근본적인 욕구를 느낀다”고 말한다.
산소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한계에 도전하고 그것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철학에서 비롯됐다. 오스발트 욀츠 등 산악인들이 산을 오르면서 본 메스너의 진면목도 소개돼있다.
그는 30여권의 산악 책을 낸 저술가로서도 유명하며 ‘죽음의 지대’ ‘도전’ ‘모험으로의 출발’등은 국내에도 번역돼 나와있다.
‘마운틴 오딧세이’(풀빛)는 전업 작가이자 산악인인 심 산의 독서 에세이다. ‘난다 데비’(존 로스켈리), ‘꿈 속의 알프스’(임덕용), ‘신들의 트래버스’(봅 랭글리), ‘K2-죽음을 부르는 산’(김병준), ‘하얀 능선에 서면’(남난희) 등 산을 소재로 한 수기와 소설을 소개한다.
이중에는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않은 것도 있고 절판된 것도 있다. 책을 통해 산행 체험을 대신할 수 있다.
조 심슨의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산악문화)는 85년 저자가 사이먼 예이츠와 안데스 시울라 그란데 서벽을 초등한 기록이다. 하산로에서 조는 다리가 부러지지만 사이먼은 그를 끌면서 내려온다. 하지만 조가 절벽 밖으로 삐져 나와 허공에 매달리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사이먼은 자일을 끊고 죄책감으로 탈진한 채 캠프로 돌아온다. 그러나 조도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다. 3일 밤낮의 사투 끝에 돌아와 사이먼을 만난다. 그러나 조는 사이먼을 원망하지 않았고 두 남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히말라야의 아들’(세계사)은 프랑스인 자크 란츠만의 소설. 에베레스트 트레킹에 나섰다 16세의 카미와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장. 그는 아이를 남긴 채 이집트 카이로에서 죽는다.
다섯살 아래 동생 알렉상드르는 형의 유골단지를 안고 아들이 있는 히말라야로 떠나지만 역시 카미와 한눈에 사랑에 빠진다.
‘엄마의 마지막산 K2’(눌와)는 스코틀랜드의 여성 산악인 알리슨 하그리브스의 이야기다. 그는 서른 셋이던 95년 K2에서 시속 160㎞의 강풍에 날아가버린다.
책을 쓴 남편 제임스 발라드는 아내가 산 못지 않게 가족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의심치 않았고 엄마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모르는 두 아이를 데리고 K2로 떠난다.
무엇이 엄마를 그토록 매혹시켰고 엄마는 어째서 돌아올 수 없는지를 이해시키고 싶었다. 아이들은 험한 여정 끝에 산 밑에 도착, 엄마의 마지막 산 K2를 가장 가까이서 바라본다.
정광식의 ‘영광의 북벽’(수문출판사)은 우리 산악문학의 대표작이다. 저자는 81년 동료가 알프스 아이거북벽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접한다.
이듬해 여름, 그는 책상을 정리하고 업무인수인계를 한 뒤 알프스로 떠난다. 책은 그 해 8월10~14일 그가 혈투 끝에 아이거북벽에 오른 기록을 담고 있다. 사투 끝에 정상에 올랐지만 담담하기만 했다.
“희열도 행복감도 없었다. 단지 사랑하는 저 두 명을 위해 내일 당장 죽더라도 여한이 없으리라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정(情)밖에는… 구태여 복수라는 어휘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산악인이 뽑은 최고의 산악 책으로 꼽힌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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