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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무현과 고이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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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무현과 고이즈미

입력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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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선 정국을 흔들고 있는 노무현 돌풍과 1년 전 일본을 강타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朗) 신드롬은 닮은 점이 많다. 두 현상 모두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과 변화에 대한 갈망이 일차 요인이다. 한국정치는 바람잘 날 없는 정쟁과 대권싸움으로 국민에게서 외면 받았고, 일본정치 역시 계속 터지는 스캔들과 밀실야합이 횡행한 파벌정치 때문에 국민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의 유권자들은 정치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일본 국민 역시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노무현은 대선 후보선출을 국민에 개방한 국민경선을 계기로 돌풍을 일으켰고, 고이즈미 역시 자민당 총재선출에 일반 당원의 참여를 허용한 예비선거에 힘입어 총재직을 거머쥐었다. 자민당은 346명의 의원외에도, 47개 광역단체에 예비선거 결과에 따라 3표씩 주는 141표를 합친 487표로 총재를 뽑았다. 고이즈미는 예비선거에서 123표를 얻어 불과 15표를 얻은 라이벌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朗) 전 총리를 누를 수 있었다. 의원표는 하시모토가 많았다. 총재선거 초반에 일본 유력신문들은 하시모토가 총리가 될 것이라고 오보를 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위기에 몰려 국민경선제를 도입한 것이나, 자민당이 실추된 인기를 만회하고자 지방을 순회하는 예비선거를 도입한 것도 비슷하다.

▦노무현과 고이즈미의 언행이 직선적이고 돌출발언이 잦은 것도 유사점 중 하나다. 노무현은 설화를 자초한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다. 고이즈미도 일본의 평화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홍역을 치렀고, 한국에 대해서는 “나는 김치를 싫어한다”는 등의 비 외교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노무현과 고이즈미의 정치 철학은 다르다. 노무현은 보수성이 강한 한국정치에서 진보로 몰리고 있고, 고이즈미는 극우 보수주의자다. 다만 양국정치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요인에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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