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주가가 연일 급락, 하이닉스 매각협상에 짙은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에도 마이크론 주식이 힘없이 무너지는 것은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24일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 주가는 전날보다 2.09달러(7.11%)나 추락한 27.30달러를 기록, 최근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이크론 주가는 MOU 소식이 처음 전해진 22일 30.90달러로 반짝 반등하는가 싶더니, 23일(종가 29.39달러)부터 이틀 연속으로 급격한 하향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번 MOU에서 하이닉스 채권단이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매각대가로 받을 마이크론 주식의 기준가격은 주당 35달러. 24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다면 하이닉스 채권단은 주당 무려 8달러나 더 주고 마이크론 주식을 받는 격이다. 결과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채권의 규모도 엄청나게 쪼그라들 수밖에 없어 채권 금융기관 간의 채권배분을 더욱 어렵게 할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초 외환은행이 채권 회수율을 38~45%로 예상한 것은 22일 마이크론 주식 종가인 30.9달러로 계산한 것”이라며 “만약 마이크론 주가가 20달러 초반으로 떨어지면 장부상 회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럴 경우 청산가치(컨설팅기관 예상치 약 25%)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하이닉스를 처분하는 셈이어서 대다수 채권기관들이 매각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조건부 MOU체결 이후 반도체 시장의 반응 역시 냉담하다. 현물시장 주력제품인 128메가 SD램 가격은 22일 개당 3.30달러에서 3.27달러로 소폭 하락한 데 이어 24일에는 3.20달러로 다시 떨어지는 등 약세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애널리스트는 “S&P가 MOU 체결 이후 마이크론의 신용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놓은 것만 봐도 이번 협상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라며 “현재로선 협상의 최종 타결 가능성 역시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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