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고려청자가 맞습니까?”전북 군산시 옥도면 변산반도 북쪽 비안도 앞바다에서 무더기로 인양된 고려청자를 처음 발견한 조동선(趙東善ㆍ40ㆍ전북 부안군 변산면)씨는 25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어젯밤에는 내가 고려시대 사람이 되는 꿈까지 꾸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잠수경력 20년의 조씨가 개펄 속에 잠자고 있던 고려청자를 발견한 것은 6일 오전 11시께. 비안도 인근에서 자연산 소라를 채취하기 위해 후배 2명과 함께 9톤짜리 소형 저인망어선을 타고 나간 뒤 잠수복을 입고 수심 20여㎙의 개펄을 뒤지던 때였다.
올해 처음 나가는 물길질이라 전날 목욕까지 했지만 이날 따라 소라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헛물길질하기를 30여분. 개펄사이로 이상한 그릇들이 폭 4~5m, 길이 30여m가량을 한 줄로 늘어선 채 잠수 조명기의 불빛을 받으며 푸른 빛을 내고 있는 게 조씨의 눈에 띄었다.
조씨는 “설마 고려청자는 아니겠지”하고 돌아서려던 순간 인근 진서면에 고려시대 가마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반신반의하며 후배들과 1시간여 동안 개펄에 묻혀있는 그릇들을 건져올리기 시작했다. 이때 건져올린 그릇만 243점.
“어렸을 때 청자 가마터 얘기는 들었지만 지금까지 그릇 등이 그물에 걸려 올라온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유물신고를 받고 감정한 문화재 전문가들이 고려청자라고 하는 순간 정말 눈이 번쩍 뜨이더라구요. 말로만 듣던 고려청자를 직접 볼 줄 꿈이나 꿨겠습니까?”
조씨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문화재보호법상 해저에 있는 문화재를 발견한 사람에게는 평가액의 50%를 보상한다는 사실.
이번 고려청자의 정확한 평가액은 문화재 전문위원들의 심의가 있어야 알겠지만 일부 골동품 관계자들이 1994년 10월 전남 무안군 도리포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청자(150여점)의 평가액에 비춰 최소 1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씨는 걱정도 있다. 당국의 허가 없이 잠수조업을 한 사실이 들통난 데다 본격적인 해저발굴조사가 시작될 경우 이 곳에서 수십년간 단속을 피해가며 소라채취를 해오던 동네 어민들 모두 손을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씨는 “이번 일로 소라잡이로 생계를 유지해오던 주민들에게 원망이나 듣지 않을까 걱정이 돼 잠도 오지 않을 정도”라며 “그래도 영원히 바닷속에 묻혀버릴 뻔했던 고려청자를 빛을 보게 했다는 데 위안을 삼겠다”고 말했다.
부안=안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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