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부터 2000년까지 4년 동안 우리나라 가구의 연간 실질소득은 감소했는데도 세금과 공적연금 부담액은 오히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고액 연봉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소득격차도 심화하고 있다.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0년 가구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경상소득은 2,896만2,000원으로 1996년(2,576만9,000원)에 비해 319만3,000원(12.4%)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 15.39%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96년 경상소득은 2000년 기준으로 2,972만원에 달해 실질 소득은 4년 동안 76만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96년 조사 때는 명목 경상소득이 91년에 비해 78.5%나 상승해 물가상승률(28.2%)을 감안하더라도 실질소득이 50% 가까이 증가했었다”며 “2000년 말까지도 일반 서민의 실질임금이 외환위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2000년 한해 동안 소득에서 공제된 세금과 연금, 의료보험료 등 부담액은 평균 432만5,000원으로 1996년(222만8,000)원에 비해 94.1% 증가했다.
이는 경상소득 증가율을 8배나 웃도는 수치이다. 교육비 지출도 4년 동안 65.8% 증가해 가구 당 연평균 245만5,000원에 달했으며, 전체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2.8%로 3.7%포인트 상승했다.
소득 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0.351로 1996년(0.290)에 비해 0.061포인트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한 것을 의미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의미한다.
또 소득이 높은 상위 20% 가구의 소득을 하위 20% 가구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도 4.74에서 6.75로 2.01포인트나 상승, 외환위기로 빈부격차가 심화했음을 보여줬다.
가계지출 역시 연간 2,353만1,000원에 달해 96년(1,843만3,000원)에 비해 27.7% 늘어 가계지출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가구 내구재 보유율은 냉장고가 98.8%로 가장 높았고 세탁기 95.5%, 장롱 95.2%, 30인치 미만 칼라TV 94.3%, 휴대용전화기 86.7%, VTR 78.6%, 전자레인지 72% 등의 순이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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