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 중간광고를 허용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방송위원회 산하 방송정책위원회는 최근 정책보고서에서 KBS, MBC, SBS 등 지상파TV의 중간광고를 허용해 광고주의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일부 학계는 시청자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간광고를 금지하는 현행 규정이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효신(朴孝信) 한국광고주협회 상무와 김동민(金東敏)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한일장신대 교수)으로부터 입장을 들어보았다.
▦찬성 / 박효신 한국광고주협회 상무
“시청자가 시청료를 내지 않으면서 양질의 TV프로그램을 즐기게 해주는 것이 광고입니다. 엄연히 TV 시청자에 기여하면서도 일부 여론에 밀려 무시돼온 광고주의 주권은 이제 존중 받아야 합니다.”
박 상무는 방송사가 국민의 공공 자산인 전파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공익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파가 우리 모두의 것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것이 가공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방송사가 전파를 방송이라는 형태로 가공해 시청자에게 제공할 때 공익이 발생하는 것이고, 가공하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 광고입니다. 중간광고는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광고주가 요구하는 기본권이므로 인정을 해 줘야 합니다.”
그는 중간광고 허용시 우려되는 프로그램 질 저하와 시청률 경쟁 과열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가 프로그램을 심의하고 제재를 가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감시는 방송위원회를 통해 할 일이고 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광고로 지키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입니다.”
중간광고가 허용된 미국의 TV가 선정성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포르노부터 고급 시사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공존하는 사회가 미국입니다. 미국 시청자는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서 보면 된다고 생각하지요.”
또한 그는 “공공 프로그램의 대명사격인 미국 ABC-TV 뉴스 프로그램을 보면 중간광고가 뉴스를 섹션화 시키는 기능도 하고 있다”면서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오히려 프로그램을 적당한 곳에서 끊어줄 수 있어 내실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방송 시대를 앞두고 재원 마련이 시급한 만큼 중간광고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 김동민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시청자는 광고를 통해 상품을 구입할 때 알게 모르게 광고료를 지불합니다. 공짜로 TV를 시청하는 것은 아니지요. 방송사 재원의 대부분을 시청자가 부담하고 있는 이상 광고를 시청자 위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김 위원장은 “여론조사 결과 시청자의 70% 이상이 TV중간광고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전파의 주인이자 소비자인 국민이 원하지 않는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것은 방송사의 이익만 고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간광고가 프로그램의 질 저하를 초래했음은 실증적으로 나타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1920년대까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공익성 높은 프로그램은 라디오 통신강좌였는데, 중간광고가 들어가자 청취율이 떨어지고 결국은 프로그램이 폐지됐습니다. 우리 나라도 중간광고가 도입되면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는 공익 프로그램은 자취를 감추고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오락물이 판을 치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 방송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중간광고가 필요하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TV 3사는 해마다 벌어들이고 있는 막대한 영업이익은 어디에 쓰고 있는 겁니까. 경영합리화, 융자 등의 재원조달방법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손쉬운 중간광고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시청자를 ‘봉’으로 보는 편의주의 아닙니까.”
방송위원회가 방송사 프로그램의 질 저하를 막을 것이라는 지적도 반박했다. “방송사는 중징계를 받더라도 시청률만 높이면 된다며 밀어부치고 있습니다. 방송위원회가 갈수록 교묘해질 광고주의 프로그램 개입을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광고총량제가 도입되면 시청률이 낮은 심야시간에는 광고가 줄어들고 시청률이 높은 저녁시간에 광고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시청자가 광고를 접하는 양은 훨씬 많아질 것”이라며 “중간광고 금지는 시청자 주권의 최후 보루”라고 강조했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선진국 허용,횟수는 제한
방송 프로그램의 중간에 끼워 넣는 중간광고는 현재 방송법 시행령 59조에 따라 지상파 TV에 한해 금지되고 있다.
1974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광고 집중화가 우려된다는 여론에 따라 이 같은 시행령을 만들었다. 그동안 광고주 업계와 방송사는 중간광고 허용을 꾸준히 주장해 왔고, 2000년 문화관광부가 지상파 TV의 중간광고를 허용하려 했으나 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미국 일본과 유럽 각국 등 대다수 선진국들은 중간광고를 허용하면서 ‘프라임타임대에 시간당 4회’ 등의 형태로 규제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현재 광고의 총량을 정하고 편성은 탄력적으로 하자는 광고총량제를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내놓고 공청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