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넓은 의미에서 인류가 살아온 모든 삶의 총체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선인들이 살아온 삶의 양식을 이어 받고 익힘으로써 가능했다.공자가 편찬한 춘추는 포폄(褒貶)정신을 바탕에 깔고 있다. 포폄이란 잘한 일은 칭찬하고 못한 일은 나무라는 것이다. 역사를 배움으로써 다시는 시행착오를 거듭하지 않도록 나아갈 바를 제시해 준다. 춘추시대 노나라를 중심으로 한 연대기적인 역사서인 춘추는 유교가 정통사상으로 자리잡으면써 경전의 하나로 존중되었다. 전통적으로 중국에서의 학습은 대부분이 역사 내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송대 사마광(司馬光)의 자치통감(資治通鑑)은 제목이 말해주듯이 역사가 통치의 거울이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는 국가의 흥망에 관계된 것을 취하고 백성들의 기쁨과 근심을 밝혀 좋은 것은 모범으로 삼고, 나쁜 것은 경계로 삼기 위해서 이 책을 저술한 것이다.
시간의 변화에 따른 역사의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의 의미를 파악하고, 미래를 예견하는데 기본 토대가 되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자라나는 세대에게 역사적 사고 능력과 사고 방법을 훈련하는 일은 절실하다. 또 세계화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역사만이 아니라 세계사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이다.
그럼에도 새로 시행된 중·고교 제7차 교육과정에서 세계사 교육은 정부수립이후 가장 비중이 약화되었고, 거의 고사(枯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게 역사학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도 중학교에서는 세계사가 지리, 일반사회와 함께 사회과라는 이름으로 병존하고 있고, 고등학교에서는 공통사회 가운데 통합단원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따름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심화학습 단계에서 선택과목으로 되어있으나 현재 교육현장에서 선택은 학교단위로 이루어질 뿐 개인이 원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또한 대학입시 등 현실적인 여건에서도 세계사 선택 비율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그것이 실제로 드러나는 추세이다.
게다가 교육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면 공통사회과 교사자격을 받을 수 있어 학부에서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교원도 역사과목을 가르칠 수 있다. 단지 서너 개의 역사관련 과목을 수강한 뒤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역사교육이 실시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중고교 시절 담당과목 선생님에 따라 교과목에 대한 흥미나 학습능률이 좌우된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최근에도 일본의 검인정 역사 교과서에 한국사부분 왜곡이 문제가 되었고, 일본은 독도에 대해서도 끈질기게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마치 냄비가 끓듯 정부차원에서의 대책과 관련 단체들의 비난이 빗발치지만 해결되기에는 아직도 그 길이 멀어 보인다. 이는 즉각적인 대처만으로 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에 앞서 그들의 역사에 관해 더욱 체계적으로 연구해 정교한 대응논리를 세우고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소위 ‘대동아공영권’을 내세우며 우리나라를 식민지화하고, 중국에 침략했던 20세기 전반기에 양국의 역사에 대한 심도 높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중국사 연구는 지나학(支那學)이란 이름으로 한 영역을 구축했고, 식민사관에 입각한 한국사 연구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 깊은 상처를 주었지만 연구의 질과 양에 있어 한국사학계가 그것을 능가하기까지 적지 않은 세월이 걸렸다. 그러나 우리가 일본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세계사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는 국가의 경쟁력 확보에도 관건이 되는 문제이다. 그 전 단계로서 중고교의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교육되어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다른 나라의 역사를 알고, 배우고, 대처하는 것도 우리의 오늘을 지혜롭게 사는 일이다.
박지훈 경기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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