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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안도 앞바다 고려청자 발굴 / 800년전 자태 그대로 翡色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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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안도 앞바다 고려청자 발굴 / 800년전 자태 그대로 翡色의 향연

입력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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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25일 전북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앞바다에서 인양한 고려청자 454점 가운데 청자양각 연꽃무늬 통형잔 등 20점을 공개했다.이 유물들은 6일 한 어민이 243점을 건져 신고한 뒤 문화재청 수중탐사팀이 17~23일 긴급탐사를 벌여 211점을 추가 인양한 것이다. ≫

공개된 유물은 방금 빚어낸 듯 순(純)청자 특유의 은은한 비색(翡色)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다만 상당수는 저인망 어로작업으로 인해 최근 파손된 흔적이 뚜렷해 발굴과 보존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454점 중 완형으로 인양된 것은 87점이다.

유물을 감정한 윤용이(尹龍二)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순청자가 최고 절정기에 오른 12세기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기형이나 문양, 유약 상태 등으로 볼 때 최상급은 아니지만 왕실이나 귀족들이 썼던 상등품임이 틀림없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특히 “과거 서해안 해저에서 고려청자가 무더기로 발굴된 사례와 비교할 때 이번에 비안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유물들이 빛깔이나 문양이 가장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해저 발굴의 최대 성과로 꼽히는 전남 신안군 앞바다 유물의 경우 중국 송ㆍ원대 도자기로 고려청자는 10여점 뿐이고, 83년 전남 완도에서 발굴한 것은 3만여점으로 수량은 가장 많지만 주로 지방 관청이나 사찰에서 쓰던 ‘막청자’들이다.

95년 전남 무안군 도리포 유물의 경우도 녹갈색이 짙게 나타나는 쇠퇴기의 청자들로 품질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고려청자는 시기별로 기법이 다양한데 초기에는 다른 색조를 가미하지 않은 순청자, 13세기 이후에는 음각한 부분에 색깔이 다른 점토를 넣어 문양을 만드는 고려 특유의 상감(象嵌)청자가 발달했다. ‘비색청자’라고도 불리는 순청자는 12세기에 접어들어 도범(陶範)이라 불리는 틀로 양각 또는 음각의 문양을 찍어넣는 기법이 발달하면서 최고 절정기를 맞는다.

이번에 인양된 유물들은 바로 이 시기에 제작된 것들로 인근 전북 부안군 유천리 도요지에서 제작된 뒤 개경의 왕실이나 관청 등으로 운송되다 배가 침몰하면서 수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본격 발굴이 이뤄지면 매병 향로 등 조형미가 훨씬 뛰어난 유물들도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유물 감정 윤용이 교수 일문일답

-유물 제작 시기를 어떻게 추정할 수 있나.

“1150년대 것으로 추정되는 전남 강진 사당리 가마터에서 발굴된 청자 조각들과 1202년 숨진 고려 명종의 지릉(智陵)에서 출토된 대접, 잔 등에서 보이는 모란꽃, 연꽃 무늬가 유사한 형태로 새겨져 있다. 기형으로 볼 때도 12세기 후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고 절정기인 12세기 것이라면 국보급으로 볼 수 있나.

“최상급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 만월대 왕궁터 등에서 발굴된 것들과 여러 면에서 유사점을 보여 왕실이나 귀족층에서 쓰던 상등품임에 틀림없다.”

-인양된 유물 중 가장 뛰어난 제품은 무엇인가.

“연꽃 무늬가 새겨진 통형 잔이다. 12세기 들어 새롭게 등장한 양각 기법의 특성이 잘 살아있다. 일본에서 국보급으로 지정된 ‘고려다완’의 모태가 됐던 유물로 추정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발굴 앞으로 어떻게 되나

비안도 앞바다에서 인양된 고려청자 454점은 본격 발굴이 아니라 해저에 드러난 것만 건져올린 것이다.

수중탐사를 지휘한 김용한 수중탐사팀장은 “바닥이 뻘이라고는 하지만 호미가 부러질 정도로 단단해서 일단 보이는 것만 수습했다”고 설명했다.

긴급 탐사 과정에서 지층탐사기(Sub Bottom Profiler)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조사한 결과, 해저 유물은 비안도 동쪽 1㎞ 지점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7m, 동서로 30여m에 걸쳐 분포돼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문화재청은 우선 도굴 및 저인망 어로 작업에 따른 훼손을 막기 위해 반경 1㎞ 지역을 사적지로 가(假)지정해 접근을 통제키로 했다.

본격 발굴은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비안도 해저발굴 조사단’을 구성한 뒤 이르면 다음달 초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서해의 조수간만 차가 심해 하루 1,2시간 정도 밖에는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발굴을 마무리하기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해저 발굴 전례를 보더라도 신안 앞바다 발굴의 경우 76년부터 무려 9년이 걸렸고, 전남 완도와 무안, 충남 보령 죽도의 경우도 2,3년 이상이 소요됐다.

한편 이 유물들은 인근 새만금방조제 공사로 물살이 빨라지면서 딱딱한 퇴적층이 4~5m 깊이로 패인 덕분에 발견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물 분포 범위가 더 넓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방조제 공사가 유물을 훼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명희 문화재청 매장문화재과장은 “유물 분포 지역이 새만금방조제로부터 2㎞ 가량 떨어져 당장은 영향이 없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발굴을 진행해나가면서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방조제 공사 주체인 농업기반공사측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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