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 빠진 월간 ‘현대문학’을 돕기 위한 미술인들의 노력에 문인들이 화답했다.2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막된 ‘현대문학을 돕는 미술인 66인전’은 문인들의 ‘문학작품 낭독회’로 시작됐다.
미술인들이 출품한 작품으로 둘러싸인 단상에 오른 원로 시인 김종길(金宗吉ㆍ76)씨는 “미술과 문학은 같은 예술로 한몸”이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시 ‘황사와 벚꽃과’를 낭송했다.
박완서(朴婉緖ㆍ71)씨는 최근작 ‘아주 오래된 농담’의 몇 구절을 들려주기 전 “30여년 동안 소설을 써 왔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작품을 읽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수줍게 웃었다. 시인 정현종(鄭玄宗ㆍ63)씨는 “현대문학의 위기가 미술인과 문학인을 한자리에 모이게 만들었다.
이 모임이 회생의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시 ‘한 그루 나무와도 같은 꿈이’를 유쾌하게 낭독했다. 후배 시인 이수명(37)씨와 이원(34)씨도 시 작품을 낭독, 문인들의 답가에 동참했다.
김윤식(金允植ㆍ66) 명지대 석좌교수는 “월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면서 각별한 인연을 밝혔다.
양숙진(梁淑眞ㆍ55) 현대문학 주간은 “여러 문화계 인사들의 도움을 받은 만큼 현대문학은 큰 힘을 갖고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도정일(都正一ㆍ61) 경희대 교수, 이남호(李南昊ㆍ46) 고려대 교수, 시인 최승호(崔勝鎬ㆍ41)씨, 소설가 김영하(金英夏ㆍ34)씨 등 문인 50여명이 참석해 ‘현대문학’의 환한 앞날을 기원했다.
화가들도 기쁘게 어우러진 자리였다. 문인들이 작품을 낭독한 뒤 권옥연(權玉淵ㆍ79) 화백이 ‘아이, 아이, 아이’라는 노래를 불러 흥을 돋구었다.
오경환(吳京煥ㆍ62)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은 “월간 ‘현대문학’의 어려움은 문학의 어려움일 뿐만 아니라 예술의 어려움”이라면서 “이 자리는 미술과 문학이 만나 함께 예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기회”라고 밝혔다.
전시회를 기획한 조각가 안규철(安奎哲ㆍ47)씨도 “이번 전시회는 상업문화의 범람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순수문학에 대한 미술인들의 애정과 연대의식을 표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