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재계를 대표하는 두 경제단체 간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회원사의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가 존속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무언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외부에 적극 알리는 것. 하지만 이제는 생색내기 수준을 넘어 서로를 향한 흠집내기 양상을 띠면서 재계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선수 치기
전경련은 24일 주5일 근무제 논의를 위한 ‘주요 기업 인사ㆍ노무 담당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전경련은 회의 직후 “주5일 근무제 도입 시 휴일수가 선진국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고 초과근로수당도 25%로 조정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경총이 발끈한 것은 이름은 물론 내용과 구성원까지 거의 똑 같은 회의가 바로 이틀 뒤인 26일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 경총 관계자는 “이미 10여일 전 주요 기업 인사ㆍ노무담당 임원들에게 회의 소집을 통보해 놓았는데 전경련이 급작스럽게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며 “전경련이 선수를 치는 바람에 26일 회의 후 예정됐던 기자회견도 부랴부랴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흠집 잡기
전경련은 지난 18일 정례 회장단 회의 직후 발표한 자료에 “주5일 근무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사(使)’를 대표해 노사정회의에 참여해온 경총은 이 문구를 두고 “조만간 협상 타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조를 자극해 협상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대해 전경련측은 “경총을 측면 지원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말 바꾸기
3월초 경제5단체장 회의 직후 경총 조남홍 부회장은 “대선 후보의 공약에 대해 재계가 위원회를 구성해 평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며칠 뒤 전경련 손병두 부회장은 “평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지 않을 방침이며 단체장 회의에서 후보 평가를 결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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