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 한 장 사려고 두 시간 동안 동네 아파트 단지를 다섯 바퀴 돌았습니다.”25일 한국일보 시민기자로 선정된 우승남(禹勝男ㆍ58ㆍ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3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 가구를 옮기다 허리를 다친 아내를 위해 파스를 사려다 진땀을 흘렸다. 우씨의 아파트 단지에는 최근 문을 연 대형약국 3곳 등 모두 6개의 약국이 있지만 아침 10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한 군데가 문을 열었다.
“어떻게 된 영문이냐고 물었더니 손님도 없는 일요일에 왜 문을 여느냐. 우리도 일요일엔 절반만 출근한다’고 말하더군요.”
의약분업 이후 대부분의 약국이 휴일엔 문을 열지 않아 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주 소득원이었던 ‘약 조제’가 의사 처방전 없이는 불가능해지자, 병원 처방전이 발행되지 않는 휴일엔 약국이 아예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파스와 같은 간단한 의약품을 동네 슈퍼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거에는 또 동네 약국들 사이에 ‘일요당직제’가 비교적 잘 지켜졌다. 노원구 약사회는“영세한 동네 약방들이 문을 닫고 병원 주변에 대형약국들이 들어서면서 10개 안팎의 동네 약국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던 일요당직제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실토했다. 약사회나 정부기관도 “일요근무를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씨는 이 문제를 독자의 소리 난을 통해 고발하고, 서민 건강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종로구 관수동에서 20여년째 전업사를 운영하는 그는 한국일보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우씨는“의약계의 이권 다툼에 국민의 기본권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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