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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서의 亂' 韓日 닭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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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서의 亂' 韓日 닭은꼴

입력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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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계에는 요즘 의원 비서를 둘러싼 스캔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25일 중의원 예산위원회는 비서 월급을 정치자금으로 유용한 의혹으로 지난달 말 의원직을 사퇴한 사민당 쓰지모토 기요미 전 의원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했다. ‘자민당 저격수’로 불리우며 차세대 리더로 꼽혔던 쓰지모토 의원은 눈물까지 흘리며 사과했지만, “나만 그러냐”는 식의 억울한 표정이 역력했다. 외무성 장관을 물러난 자민당의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의원도 쓰지모토 전 의원과 비슷한 의혹을 사고 있다.

19일에는 자민당 소속인 이노우에 유타카(井上裕) 참의원 의장이 비서가 공공사업을 따주겠다며 건설회사로부터 6,400만 엔을 받은 의혹에 휘말려 의장직을 사퇴했다.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감으로 꼽혔던 자민당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도 비서의 탈세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말았다.

잘 나가던 거물 정치인들이 비서 문제로 좌초하는 최근의 일본 정국은 그야말로 ‘비서의 난(亂)’이라고 부를 만하다. 비서가 자신의 월급을 의원에게 정치 헌금으로 내놓고 의원의 분신이 돼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봉사하다가 의원직을 물려받거나 정계에 입문하는 이른바 ‘비서 정치’는 일본 정치의 오랜 관행이다. 일본에서는 의원 비서가 “우리 센세이의 뜻”이라고 전하면 대개 먹혀든다고 한다.

비서 문제에 휘말린 일본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비서가 개인적으로 벌인 일로 나는 모른다”고 버티다가, 결국은 “관리를 못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그러나 일본 국민은 별로 ‘비서 개인이 한 일’로는 믿지 않는 표정이다.

한국도 비서 출신과 이른바 측근들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각종 게이트에 등장하고 있다. 한국 정치나 일본 정치나 이런 것을 보면 참 후진적이다. 다른 게 있다면 일본 정계에서는 스캔들에 얽힌 의원들이 결국은 사퇴를 하고 만다는 점이다.

신윤석 도쿄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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