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崔圭善)씨가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 의원을 통해 이회창(李會昌)전 총재에게 2억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던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은 의혹 제기 일주일만인 25일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공개하겠다던 테이프 등 아무런 물증을 내오지 못했다.설 의원이 이번 폭로를 입증하지 못함에 따라 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설 의원이 검찰 수사를 통한 진실규명을 시도하면서 ‘이 전 총재 거액 수수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설 의원은 증거물인 녹음테이프를 확보하지 못했음을 밝히면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더 이상 물증 확보 가능성이 없음을 자인하면서 의혹 규명에 검찰 수사력을 끌어들인 것으로 여겨진다.
설 의원은 이날 제보자가 테이프 내용을 들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애매하게 답변했다. 폭로의 기초근거가 흔들리는 대목으로 설 의원은 역풍을 단단히 각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설 의원이 파괴력을 지닌 폭로를 감행하면서 일주일만에 잘못을 시인하게 된 배경이나 사정에 대해서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또한 테이프의 존재 여부자체를 포함, 제보자와 제보경위 등에 대한 의혹은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정보기관의 유출설과 ‘대리폭로’를 주장하는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지게 돼 있다. 그러나 검찰수사과정에서 테이프의 존재 및 내용이 보다 분명해 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수사에서 설 의원이 제보자와 자신이 알고 있는 테이프 소지자 등을 검찰에 알릴 경우 상황은 달리 번질 수도 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설훈의원 일문일답
_테이프를 가진 사람하고 직접 접촉은 했나.
“직접 접촉은 못했고 간접적으로 했다. 최규선씨가 지금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 그 영향으로 주저하고 있다.”
_최씨는 왜 밝히지 않으려 하는 것인가.
“정치적 입장이 관여된 듯 하다. 최씨는 여야 관계에서 유리한 입장이 어느 쪽인지 계산중인 것 같다. 지금 밝혀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에게 타격을 주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
_한나라당은 정보기관에서 흘러나왔다고 주장한다.
“아니다. 일방적인 얘기다.”
_테이프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확신하나.
“최씨가 녹음했다는 얘기를 했고 나는 이 얘기를 들은 사람에게서 들었다.”
_그 사람이 테이프를 들었나.
“테이프를 갖고 있는 사람은 들었을 것이고 말해준 사람도 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_테이프가 있는 것인가.
“테이프의 존재도 중요하지만 이 문제의 초점은 돈을 줬느냐 아니냐다.”
_테이프를 듣지 못한 상태에서 확신했다는 것인가.
“제보한 사람의 처지를 볼 때 그렇다. 그는 최씨 측근이다.”
_언론에 나오는 이름인가.
“내가 보호할 필요가 있다.”
_녹음 테이프 외에 돈이 오고 간 것을 입증할 증거는 있는가.
“증인이 있다.”
_한나라당에서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공세가 하루아침에 눈물로 변할 수 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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