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24)세네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월드컵 본선진출국 분석] (24)세네갈

입력
2002.04.26 00:00
0 0

세네갈이 월드컵 초반 돌풍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5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랑스의 개막전 상대 세네갈은 지난해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 본선행을 결정지었을 때만해도 본선 진출국중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네갈은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67위에 불과했고 아프리카 예선 막바지에 경쟁 팀들이 물고 물리는 이변이 계속되는 가운데 골 득실차로 간신히 본선티켓을 따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선을 비웃듯 세네갈은 본선을 앞두고 비약적인 전력상승을 이루고 있다. 2월 막을 내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대회서 세네갈은 전통강호 나이지리아를 꺾고 결승에 올랐고 카메룬과의 결승전서도 접전 끝에 승부차기에 패해 아쉽게 우승컵을 넘겨줬다.

1960년 축구연맹 창립 이후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은 세네갈이 초반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

세네갈의 기본 포메이션은 4-4-2. 엘 하지 디우프와 앙리 카마라가 투 톱에 서고 칼리우 파디가-부바 디오프-알라사니 디아오-실뱅 은디아예가 허리진에 포진하며 오마르 다프_알리우 시스-라민 디아타-알렉산드르 콜리 등이 수비진을 이룬다.

세네갈은 지난해 일본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철벽 같은 포백라인과 탄탄한 미드필더진을 구축, 승리를 거뒀다.

특히 왼쪽 날개 파디가는 상대 수비진영 뒤쪽으로 찔러주는 절묘한 전진패스가 일품으로 공격의 물꼬를 트는 핵심역할을 한다.

스피드는 뛰어나지 않지만 잠시도 쉬지않고 뛰어다니는 부지런한 파디가를 통해 대부분의 득점찬스가 만들어진다. 더구나 코너킥이나 프리킥 기회가 주어지면 상대의 허를 찌르는 세트플레이를 구사, 골문을 위협한다.

세네갈의 가장 큰 장점은 선수 전원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공격과 수비의 전환을 이뤄내는 탄탄한 조직력.

특히 미드필더진까지 최후방 수비에 가담하는 철벽 수비라인을 구축하다가 반격의 기회가 주어지면 어느새 파디가-디우푸-카마라로 이어지는 공격진이 득점 찬스를 잡아내는 등 공수전환이 번개처럼 빠르다.

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경험이 없다 보니 상대가 조금만 거칠게 신경전을 걸어오면 쉽게 흥분하고 다 이겨놓은 경기를 망치는 위기를 자초하기도 한다.

또 간판 스트라이커 디우프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 디우프가 고전하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간혹 불안한 볼 처리를 하다 볼을 빼앗기는 것도 고쳐야 할 점이다.

▼킬러 디우프

세네갈의 간판 스트라이커는 엘 하지 디우프(20ㆍ프랑스 랑스). 월드컵 지역예선 나미비아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데 이어 숙적 알제리를 맞아서도 다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디우프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비마다 침착한 플레이로 한번 잡은 득점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시키는 무서운 집중력을 갖고 있다.

182㎝, 74㎏의 당당한 체격으로 1998년부터 프랑스 리그에서 뛰어온 디우푸는 세네갈이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골 득실차까지 따지는 불꽃 튀는 막판 경쟁을 벌일 때 4경기서 무려 8골을 몰아 넣어 ‘연쇄살인마’라는 별명을 얻으며 본선행으로 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골 결정력 못지 않게 스피드를 겸비해 스트라이커는 물론 오른쪽 공격수로도 활용 가능해 이번 대회서도 가장 눈여겨볼 선수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아프리카의 프랑스' 對 프랑스

프랑스 식민통치의 영향을 받아 아프리카의 프랑스로 불리는 세네갈이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 개막전에서 프랑스와 맞붙게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902년 프랑스령으로 편입된 세네갈은 60년 독립했지만 아직도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을 만큼 다방면에서 프랑스와 관련을 맺고 있다. 심지어 바다에 접한 수도 다카르의 건물양식만 보아도 유럽의 소도시에 온듯한 느낌을 받는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뛴 선수 중 12명이 프랑스리그에서 활약하고 있고 프랑스 출신의 브루노 메추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세네갈 축구의 원류는 프랑스다.

때문에 식민모국 프랑스와의 개막전은 단순한 축구경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메추 감독은 “세네갈 축구의 변화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줄 것”이라며 결전의지를 다지고 있다. 프랑스와 세네갈이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는 우승후보로 꼽히는 프랑스에 열세가 분명하지만 세네갈이 비장의 승부수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탄탄한 조직력. 수비진을 두텁게 구축, 골 기회를 주지 않다가 틈이 생기면 빠른 역습으로 점수를 뽑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련한 프랑스가 이에 말려들지는 미지수. 더구나 우세한 개인기를 앞세워 세네갈의 조직력을 뒤흔들어 놓으면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메추 감독

세네갈이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을 수 있도록 견인차 역을 해낸 브루노 메추(48) 대표팀감독은 “우리는 날마다 변하고 있다. 월드컵에서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프랑스 출신으로 현역시절 니스(프랑스) 안더레흐트(벨기에) 등에서 활약했고 프랑스 프로축구 릴, 보베, 스당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 메추 감독은 2000년 10월부터 세네갈 감독을 맡아 본선행을 이끌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최근 세네갈 여성과 결혼하는 등 세네갈을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하는 그는 지난해 평가전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 대표팀 감독답지 않게 치렁치렁한 머리에 튀는 복장, 재치있는 유머 등으로 독특한 인상을 남겼다.

-세네갈 축구 스타일이 너무 여성스럽다는 평가도 있는데.

“우리 선수들은 강인한 정신력으로 똘똘 뭉쳐있다. 거친 상대팀과의 몸싸움에서도 뒤지지 않았다. 이처럼 강인한 여자를 본적이 있는가.”

-네이션스컵의 성과를 꼽는다면.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된 뒤 선수들이 조국을 위해 뛰겠다는 결의가 더욱 확고해졌다. 지역예선을 거치면서 우리는 이길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고 그 임무를 완수했다. 모든 선수들이 영웅적인 플레이를 했다.”

-월드컵 본선에 대한 전망은.

“강 팀들이 워낙 많아 함부로 전망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를 치를 때마다 변모하고 있다. 본선에서는 세네갈 축구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이다.

박천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