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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성추문 사제 직위박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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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 성추문 사제 직위박탈"

입력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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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추문 처벌' 바티칸회의 폐막미국 가톨릭계를 추문으로 휩싸이게 한 사제들의 아동 성학대 문제와 처벌을 논의하기 위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미국 추기경과 대주교 12명을 소집해 열린 바티칸 회의가 24일 끝났다. 회의는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거나 추행한 사제들을 해직시키는 특별 절차를 만드는 데 합의했다.

추기경과 대주교들은 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해직 대상 사제들을 ‘악명 높은 경우와 미성년자들에게 연속적이고 착취적으로 성적 학대를 자행한 경우’로 한정했다. 성적 학대가 처음인 이른바 초범이거나 ‘악명이 높지 않은 경우’는 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했다.

‘악명 높지 않은 경우’와 성적 학대 행위가 처음인 경우에는 해당 지역 주교들이 문제의 사제가 장래에도 미성년자들에게 성적 학대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해 처벌을 결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모든 성적 학대 사제들을 처벌한다는 ‘불관용(Zero Tolerance)’ 정책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같은 합의사항은 6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릴 전미 주교회의에서 승인 여부가 논의될 예정이다. 이어 교황청의 승인을 받아야 공식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 회의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물론 미 언론들의 매우 큰 관심을 끌었다. 미 언론들은 회의 결과는 모든 성학대 사제들의 해임이라는 강도 높은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에는 못 미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성학대 범죄를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특별 제안도 포함되어 있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회의에 참석한 일부 추기경들도 최종 성명에 좀 더 강경한 내용을 담을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댈러스에서 열릴 전체 주교회의에서 처벌 수위를 놓고 또 다시 한바탕 격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D.C.대교구의 시어도어 맥캐릭 추기경은 “아동 성학대는 원스트라이크만으로도 아웃이라는 것이 요한 바오로 2세의 메시지로서, 교황이 불관용을 촉구한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이번 합의에서는 약한 수준이 마련됐지만 앞으로 점차 엄한 처벌 기준이 확립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회의는 논란을 빚고 있는 신부들의 독신 원칙과 관련, “독신 생활과 미성년자에 대한 이상 성욕은 과학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혀 가톨릭계의 독신 원칙을 재확인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美 가톨릭 도대체 무슨일이

전세계 가톨릭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 사제들의 어린이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것은 1월 미 일간 보스턴글로브가 30여년 동안 130여 명의 소년을 성추행해 온 보스턴 대교구의 존 J 가이간(66) 사제의 사건을 폭로하면서부터다. 이후 위상 추락을 우려한 교회 및 신자들에 의해 터부시돼 온 어린이 성추행 피해 사례가 미국 전역에서 잇따라 공개됐다.

플로리다에서는 3월 8일 사제들에게 집단 성추행을 당한 후 도움을 청하러 온 10대 신학생을 성추행한 주교가 사임했으며, 캘리포니아에서는 20년 전 14세 소녀를 강간한 사제가 재판을 받고 있다. 워싱턴 대교구는 3월 중순 10대 소년들을 성추행한 사제를 해임했고 뉴멕시코 대교구는 5,000여만 달러(650억여 원)의 성추행 피해보상 소송에 휘말려 있다. 보스턴 내 관련 소송도 90여 건에 이른다.

그 동안 사실 은폐에 급급했던 보스턴 맨체스터 메인 등 대교구들이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사제들의 명단을 사법당국에 제출하는 등 공개적 해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교회의 위상이 추락할대로 추락한 후였다.

가톨릭 사제들의 소년 성추행이 잇따르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철저한 금욕 생활을 강요받는 사제들이 주위의 의심을 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소년들을 성욕 해결 대상으로 삼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프레드릭 벌린 정신과 교수는 “금욕에 대한 강박관념이 이상 성욕으로 발전하고 상대가 여자만 아니면 된다는 착각에 빠진 사제들이 소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美추기경들 '사제들에게 보내는 서한'

미국 가톨릭 추기경들은 교황청에서 회의를 마친 후 사제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발표했다. 다음은 서한의 요약이다.

우리는 이번 회의에서 일부 사제들이 자신을 의탁한 신도를 학대해 사제 서품의 의총을 저버린 것에 대해 여러분이 느끼고 있을 슬픔과 부끄러움을 많이 생각했다.

우리는 교회에서 이런 추문을 막지 못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이 상처로 피해자와 가족은 물론, 사제로서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며 봉사하는 여러분, 그리고 전체 교회가 고통 받고 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의 몸을 신성함과 사랑 속에 세우기 위해 노력해 온 것에 깊이 감사하며 이 고난의 시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모든 방법으로 도울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치료의 은총이 내리도록 노력하는 동안 여러분도 우리 가까이 있어주기를 바란다.

이 고난의 시기를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용기로 살아갈 수 있는 은총을 기원합시다. 이는 우리를 사제로 부르신 소명과도 일치하고 고통스런 정화의 시기를 겪는 교회에 우리가 제안하는 중요한 것이다.

우리에게 믿음을 증명해 준 베드로 사제의 후계자인 교황의 집에서 이번에는 우리가 우리에게 맡겨진 가톨릭 사제의 임무가 겸손하고 숭고한 봉사라는 것을 여러분에게 증명해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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