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유엔 인권위의 결의안 승인을 둘러싸고 쿠바가 사면초가의 외교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호르헤 바트예 우루과이 대통령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쿠바 국민이 평화와 자유를 누리는 것이 분명해질 때까지 외교 관계를 단절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바트예 대통령의 이 선언은 19일 쿠바의 인권 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안에 대해 우루과이 등 중남미 국가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 발단이 됐다.
쿠바 정부가 국민에게 폭넓은 시민권 및 정치권을 부여할 것 등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은 남미 국가의 절대적 지지로 찬성 23, 반대 21(기권 9)의 박빙의 표차로 승인됐다.
이에 발끈한 쿠바 정부는 우루과이를 겨냥, “미국에 비겁하게 무릎을 꿇었다”고 비난해 왔다. 바트예 대통령은 “쿠바 지도자의 모욕이 점차 도를 더해 우루과이가 행동하게끔 만들었다”면서 외교 단절에 필요한 공식 절차를 밟을 것을 지시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멕시코와도 일전을 치를 채비다. 카스트로는 21일 유엔 인권위 결의안을 승인한 멕시코와 곧바로 양국 관계 재검토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같은 날 카스트로는 국제 외교관례를 깨고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의 사적인 통화 내용을 공개, 멕시코 정부에 치명타를 안겼다.
이 통화에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폭스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멕시코의 몬테레이에서 열린 유엔 개발재원 정상회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한 자신에게 조기 귀국을 종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쿠바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멕시코 대통령궁은 23일 특별성명을 통해 “국가원수 간 사적인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은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위이며 카스트로 의장의 발언은 모두 조작”이라고 비난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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