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한미국 대사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받았다. 그 책에는 간추린 주한 미국대사관의 역사와 사진 몇 장이 담겨 있었다.사진 중에는 1883년 5월 초대 주한미국공사로 부임한 푸트가 공사관으로 사용한 한국식 기와집도 들어 있었다.
1945년까지 공사관으로 사용된 그 건물은 해방 이후 역사적인 유물로 보존되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내가 미국 유학을 위해 비자를 받았던 그 곳이 지금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니 감개무량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워싱턴에 쓸쓸하게 남아 있는 옛 주미한국공사관이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두 나라의 초기 공관건물은 현재 대조적으로 변했다.
초대 주한미국공사관 건물은 역사적 의의를 인정받아 ‘한국속 미국 역사’로 관광객에게 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초기 주미한국공사관은 1910년 한일합방 당시 일본에 빼앗겨 지금은 미국인이 사는 평범한 건물로 변하고 말았다.
초기 주미한국공사관은 1891년부터 15년간 외교업무를 봤던 곳이고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에 세워진 공관이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초기 공사관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미국에 와 살고 있는 동포들의 무관심을 질책하게 된다.
한국 정부도 너무 무심했다. 역사적 의의가 있는 건물은 한국 정부가 나서서 매입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고 있다.
오래 전에 중국 상하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를 매입, 수리해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지 않은가.
워싱턴의 초기 공사관도 상하이 임시정부청사에 못지않은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재미동포사회에서는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조직돼 초기 공사관 매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에 관심을 갖고 초기 공사관 매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우리 후손과 관광객들에게 ‘미국 속의 한국’을 알리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 최제창ㆍ전 워싱턴한인회장, 전 재미한인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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