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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커넥션' 뿌리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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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커넥션' 뿌리 뽑는다

입력
200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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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S증권 서울 영등포 지점을 찾았던 주부 A씨(42)는 해당증권사 명함이 적힌 투자상담사 B씨(36)로부터 50% 이상의 수익을 올려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에 솔깃해 위탁계좌를 개설한 후 5,000만원을 맡겼다.B씨가 S증권 직원인 것으로 믿었던 A씨는 그러나 최근 계좌에 1,860만원만 남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가슴을 쳤다. S증권 투자상담사를 사칭한 B씨가 미수거래와 신용거래 등을 통해 하루에도 수차례 매매를 하면서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4일 증권사와 무자격 투자상담사들이 악어와 악어새 관계를 형성하면서 투자자들에 커다란 피해를 주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증권사 지점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키로 했다. 금감원은 이번 실태점검에서 시세조종, 임의 및 일임매매, 투자자 자금 횡령 등 불법사례 적발시 제재강도를 높여 사실상 증권업계에서 ‘영구추방’키로 했다.

■투자자 울리는 투자상담사

무자격 투자상담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점포를 찾아오는 투자자에 대한 유망 종목소개 및 투자정보 제공 등의 본업을 팽개친 채, 매매회전율을 최대한 높여 수수료를 올리는 데만 눈독을 들인다는 점이다. 수수료가 많을수록 증권사와 나눠먹는 파이가 커지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는 ‘나몰라라’이다. 약정고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도 매매가격의 5~10%에 달해 1~2%에 불과한 증권사직원들의 인센티브에 비해 훨씬 많다.

일부 증권사 지점장들은 투자상담사들에게 증권사 명함을 버젓이 만들어주고, 별도의 방에 전화까지 제공,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조장하고 있다. 또 상당수 지점장들이 투자상담사가 관리중인 계좌를 통해 경비와 판공비를 조달하는 등 불법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게 감독당국의 분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국점포에서 활동하는 투자상담사는 총1만6,000명으로 이중 상담사 자격을 겸비한 증권사 직원을 제외할 경우 전업 투자상담사는 2,500명에 달하고 있다.

제법 이름을 날리는 투자상담사들의 경우 5~10여명의 ‘새끼 투자상담사’까지 고용, 투자자들이 횡령을 당하는 등 엉뚱한 피해를 보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K증권의 부산지역 모 지점의 경우 ‘새끼투상(투자상담사 약칭)’이 퇴직교사가 맡긴 맡긴 3억원을 위탁계좌에서 빼내 도주하기도 했다.

새끼투상들은 대부분 사채업자와 연계해 고객 계좌를 깡통으로 만든 후 카드와 인감도장을 받고 고리로 투자자금을 빌려준 뒤, 원금을 갚지않을 경우 고객의 카드서비스를 받아 회수하는 악랄한 수법도 구사하고 있다. 투자상담사들의 미끼에 걸린 투자자들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무자격 투자상담사 제재 강화

금감원은 증권업협회와의 이번 합동실태조사를 거쳐 투자상담사의 자격을 강화하고, 불법투자상담사에 대한 제재수위도 높여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시킬 방침이다.

무엇보다 이달부터 증권업협회가 인증하는 투자상담사만 상담활동을 허용키로 했다. 특히 고객이 맡긴 돈을 과도한 일임매매와 임의매 등을 통해 손실을 입히고, 시세조종을 할 경우 등록취소 및 자격정지 기간을 현재의 5년에서10년으로 대폭 연장키로 했다.

금감원은 무자격 투자상담사로 인한 투자자피해가 지속될경우 아예 이를 없애는 강경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증권사들의 반발이 거세 일단 유보한 상태다.

이의춘기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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