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어둠이 짙게 깔린 경기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재야운동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과 저녁 훈련으로 땀이 범벅이 된 대표선수들이 마주 앉았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의 정신교육을 위해 백기완 소장을 초청한 것.백소장의 강연내용은 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 겪은 개인적인 고초에서부터 축구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했다. 16강 진출을 지상과제로 생각하고 있는 대표 선수들에게 때로는 뜬 구름 잡는 얘기도 담겨 있었지만 백 소장은 이날 특유의 구수하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선수들을 사로 잡았다.
백 소장이 “기본적으로 나는 서양사람에 대해 배타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는 매우 머리가 좋아보인다”고 평가한 거스 히딩크 감독도 자리를 함께 했다.
백소장은 “돼지 불알통을 차본 일밖에 없다. 꼬마들이 축구공을 통통거리며 차는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퉁퉁 뛰는 걸 느낀다”는 축구사랑에 대한 말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는 또 “16강으로 못박지 말자. 으뜸의 기량으로 맨마루(최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기대를 하자”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백기완 소장이 이날 선수들에게 당부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 첫째 축구를 즐기라는 것이다. 잔디만 밟아도 신바람을 느끼는 축구를 하면 성적도 좋을 것이라는 당부였다. 두 번째로 “사소한 욕심을 훌훌 털고 알몸으로 경기하듯 하라”고 주문했다.
세 번째는 강한 정신력으로 생산적인 경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지나친 상업성과 승부의 노예가 돼가는 현재의 축구문화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나타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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