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을 비롯한 국내 기관들이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개인들이 힘겹게 물량을 소화하고 있지만 950을 바라보던 종합주가지수는 어느새 900을 위협받을 정도로 밀렸다. 환매 요구와 증시로의 자금 유입 둔화 등에 따라 당분간 기관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긴 힘들고 지수도 약세가 전망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환매 자금은 결국 다시 증시로 유입될 수 밖에 없다며 ‘자금의 선순환’을 기대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투신 5일동안 5,000억원 순매도
24일 국내 기관들은 1,019억원(거래소 기준)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5일 연속 순매도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투신권은 이날도 무려 1,095억원 어치를 순매도해 최근 5일동안 누적 순매도 금액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투신권 등 기관들이 주식을 내다팔고 있는 것은 2년여만에 원금을 회복한 펀드에 대한 환매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데다 주식형 상품으로의 자금 유입도 주춤해지고 있기 때문. 24일 펀드평가기관인 제로인에 따르면 1999년 7월부터 2000년 3월까지 설정됐던 530개 주식형 펀드 가운데 78%인 388개 펀드가 투자 손실을 모두 회복했다. 이에 따라 2년 동안 자금이 묶였던 고객들이 일단 환매를 요구하고 있어 투신권으로서는 주식을 팔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최근 지수가 급등함에 따라 주식형 상품으로 몰리던 시중 자금도 제자리걸음이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순수 주식형 설정액은 16일 8조5,695억원까지 치솟아 단기 고점을 찍은 뒤 22일에는 8조3,747억원까지 감소했다. 주식 혼합형도 16일 14조6,549억원에서 22일 14조3,607억원으로 줄어 들었다. 투신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지수가 900을 돌파, 950선에 가까워지면서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떨어진 것이 자금 유입을 더디게 하고 있다”며 “환매 요구까지 겹쳐 당분간 수급 불균형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환매 자금 다시 유입 선순환 기대
그러나 지수 급등으로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고 이에 따라 일부 환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보증권 박석현 책임연구원은 “연초에도 증시 관련 자금 증가가 정체되는 국면이 있었지만 결국 지수의 추가 상승과 함께 다시 증시 자금도 늘어났다”며 “자금 유입은 시장 후행적인 성격이 강한 만큼 증시 자금 정체를 바로 주식시장 하락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환매된 자금이 결국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다시 증시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한 애널리스트는 “환매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선순환이 이뤄지면 기관들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그 시기는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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