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발굴 이야기] (5)해남 군곡리 패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발굴 이야기] (5)해남 군곡리 패총

입력
2002.04.25 00:00
0 0

전남 해남군 송지면 군곡리에 위치한 군곡리 패총은 김해 회현리 패총, 사천 늑도 유적과 함께 한반도 남부 지방 철기시대의 대표적 유적이다.해남읍에서 땅끝마을로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데 과거에는 바닷물이 유적 바로 아래까지 와 닿았다.

1983년 초 해남의 향토사학자 황도훈(현 해남문화원장)씨가 발견한 이 유적은 지표 조사를 거쳐 86~88년 세 차례 본격적인 발굴이 이뤄졌다.

옛 사람들이 먹고 버린 조개껍질이 쌓여 형성된 패총은 고고학자들에게 당시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더없이 귀한 자료다.

높이 약 26㎙의 구릉을 중심으로 너비 200여㎙, 길이 300여㎙ 규모인 군곡리 유적에서도 집터와 토기 가마(窯址ㆍ요지), 장신구, 불에 탄 낟알 등 수많은 유적과 유물이 발견됐다.

이 유적의 중심 연대는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3세기경이다.

당시까지 전남 지역에서는 고인돌로 대표되는 청동기시대에서 옹관고분으로 밝혀진 삼국시대 초기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를 규명할 유적이 없었는데 군곡리 패총 발굴로 그 공백이 메워졌다.

출토 유물 가운데는 구릉 남동쪽 토기 가마에서 발견된 토기들이 특히 관심을 끌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학계에서는 회전판을 이용한 탄알 무늬의 ‘김해식 토기’가 철기시대 토기의 대명사로 통했는데, 이곳 토기들은 두께가 조금 두터울 뿐 청동기시대 무문토기와 흡사한 모양새였다.

이를 계기로 기원후 1세기까지 무문토기가 만들어진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이 토기들을 연구하면서 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발견을 통해 역사를 복원해가는 고고학의 묘미를 다시 한번 느꼈다.

같은 시대, 같은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이라도 자세히 뜯어보면 어느 한 군데는 다르게 마련이다.

그렇게 조금씩 다른 모양새로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유물들, 그 신비로운 힘이 고고학 연구에 매진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이 유적에서는 개인의 흉복을 점쳤던 복골(卜骨)과 중국 신(新)나라 때 화폐인 화천(貨泉)도 출토됐다.

이를 통해 유적의 연대 추정이 가능했을 뿐 아니라, 기원전 1세기 경에 이미 중국에서 한반도를 거쳐 일본에 이르는 해로(海路)가 형성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때부터 필자의 학문적 관심은 청동기에서 철기로 바뀌었다.

또 유적 발굴 사실이 신문에 대서특필되면서 필자가 몸담은 목포대학에서 야외조사 장비 일체를 마련해줘 발굴 조사를 더 활발히 진행할 수 있었고 대학 박물관도 제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일본 나고야(名古屋) 대학에서 현장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양 대학 학술교류의 물꼬를 트고 제자들을 나고야 대학으로 유학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뜻깊은 일이었다.

/ 최성락 목포대 박물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