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준지(阪本順治)감독은 ‘KT’를 미스터리 휴먼드라마라고 했다.올해 베를린영화제 본선 경쟁작으로 참가했을 때도 그는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상황을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을 소재로 했지만 영화의 목적은 사건 자체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납치과정에서 가해자로 참가한 한국대사관 중앙정보부 요원인 김차운(김갑수)과 일본 자위대 육군본부 비밀공작원 토미타(사토 고이치)의 ‘어쩔 수 없는 현실’과 그에 따른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한ㆍ일 합작영화 ‘KT’에는 그런 점이 반복적으로 그려진다. 김차운은 자신의 목숨과 가족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공작을 꾸미고 실행할 수 밖에 없었고, 자위대 방위청에서 한국정보원을 감시해왔던 한국통인 토미타 역시 타의에 의해 일명 ‘KT작전’인 김대중 납치계획에 참가한다.
때문에 영화는 김차운의 냉정한 태도 속에 숨겨진 자기연민을 자주 드러낸다.
그는 토미타에게 자신의 심정을 밝히기도 하고, 비슷한 처지의 토미타를 위해 거액의 공작금을 주기도 한다.
토미타 역시 북한공작원과 내통한 한국여자 이정미를 사랑하면서 갈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는 우리에게는 정치적 사건의 재현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그것은 현직 대통령의 이야기라는 점, 그 진상이 아직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한국 현대정치사에 중요한 사건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1971년 4월28일 겨우 95만표차로 당선된 제6대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얼마 안된 72년 5월25일 김대중(최일화)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73년 8월8일 망명생활을 하던 그는 도쿄에서 납치됐다. 그리고 공해상에 버려졌다.
도대체 누가, 왜? 납치계획을 일본 정부가 알고 있었으며, 육군본부에서 지원까지 했다는 것만 암시할 뿐,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표피적 사실이나 추측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사건과 무관한 많은 인물들의 등장, 한국어와 일본어의 잦은 혼용으로 영화가 산만한 것도 흠.
다분히 일본인들을 위한 사건의 배경이나 김대중에 대한 지나친, 그러면서도 단편적인 설명도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현직 대통령의 이야기를 일본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일까. 일본작가 나카조노 에이스케의 소설 ‘납치’(1975)를 원작으로 했다. 5월3일 개봉.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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