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초원을 무대로 수많은 민족들이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동서 문화교류의 통로 구실을 했던 땅, 몽골.구석기 시대에서 유목 민족 최초의 대제국을 건설한 흉노(匈奴) 시대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의 역사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몽골국립역사박물관, 몽골과학아카데미 역사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몽골 유적 특별전’이 23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됐다.
5월 19일까지 계속되는 전시는 1997년부터 5년간 국내 고고학자들이 몽골 학자들과 공동 실시한 학술조사 성과를 모은 것으로, 석기와 토기, 청동기, 철제무기 등 각종 유물 350여점이 선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호드긴 톨고이의 흉노 시대(기원전 3세기 말~기원후 1세기 말) 장군 무덤에서 발굴된 백인 유골.
당시 유럽의 백인들이 이 지역까지 건너와 지배계층의 일원을 형성해 살았음을 짐작케 한다.
키 174㎝에 30대 남자로 추정되는 이 유골에는 오른쪽 관자놀이 부분에 뇌수술을 받은 흔적이 남아있어 흥미를 더한다.
투구스구 유적에서 나온 석기시대 ‘좀돌날 몸돌(細石核ㆍ세석핵)’은 한반도 등 동아시아 지역은 물론, 북미 대륙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선사인들의 이주 경로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부터 2006년까지 2차 공동학술조사를 벌여 북방 유목 문화와 한반도 문화의 연계성을 지속적으로 비교연구할 계획이다.
윤형원 학예연구사는 “한-몽 공동 학술조사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국내 고고학자들이 활동 무대를 해외로 넓히고 중국 이외 변방 민족들과의 교류 역사를 복원하는 데도 관심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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