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란 것이 얼마나 한심하고 끔찍한가. 그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모였다고 주장한다.공공이란 다름아닌 낡은 아파트에 함께 산다는 것만으로 이웃이 된 사람들이고, 이익이란 복권이 당첨돼 벼락부자가 된 노인의 돈 30억원을 빼앗아 나눠 갖는 것이다.
스페인 영화 ‘커먼 웰스’(Common Wealth)는 그 공동체의 위악성에 관한 통렬한 풍자극이다.
돈 앞에 그들의 협동과 집착은 무시무시했고, 나름대로 그 돈을 나눠 가져야 할 이유를 합리화했다.
그들은 노인이 이사를 하거나 외출을 못하게 그의 아파트에 가두어 놓았고, 자신들의 ‘음모’에 반대하는 이웃을 살해했다.
그러나 일은 엉뚱한데서 꼬였다.
그들이 살해한 이웃이 살던 아파트를 팔기 위해 나타난 부동산 중개업자 훌리아(카르멘 마우라).
그는 우연히 위층에 사는, 알고 보니 오래 전에 죽어 시체가 된 노인의 아파트에서 그 돈을 발견하고는 독식하려 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뜻대로 될까.
훌리아가 도망가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아보려는 이웃,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돈가방을 들고 빠져나가려는 훌리아.
이때부터 목숨을 건 대결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다.
“여기는 공동사회이고 우리는 공동집단이야. 우린 착한 사람이야. 그래서 너희 같은 인간에게는 절대로 못 줘”라고 외치는 아파트 주민이나 “이 돈 때문에 변할까, 나는 아니야”라고 하면서 돈에 집착하는 훌리아나 무엇이 다른가.
돈을 빼앗길 위기 앞에서 허망하게 무너지는 그 알량한 공동체나 지붕 끝에 매달려서도 돈가방을 놓지않고 “난 너희들과 달라”라고 악을 쓰는 훌리아나 탐욕에 눈 먼 추악한 인간의 모습일 뿐이다.
다르다면 훌리아는 아파트 사람들이 모두 바보 취급하는 청년 찰리(에두아르도 안투나)에게 조금 더 인간적이었다는 것. 물론 그것이 엄청난 행운을 가져오기는 하지만.
유혈이 낭자한 종말론에 관한 컬트무비 ‘야수의 날’로 주목 받았던 스페인의 알렉스 이글레시아 감독이 이번에는 환상과 초자연을 버리고 일상에서의 욕망과 비굴함, 가학성에서 공포와 폭력을 찾아냈다. 26일 개봉. 18세 관람가.
이대현기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