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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2년만에 갚은 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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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2년만에 갚은 빚

입력
200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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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뜨면 새로운 부정과 의혹이 터져 나오고 난마처럼 얽힌 각종 게이트가 살맛을 빼앗아가는 세상이다.이런 때일수록 정겹고 따뜻한 이야기가 소중하다. 70대 할아버지가 42년만에 빚을 갚았다는 기사는 그래서 맑은 샘물처럼 상쾌하고 시원하다.

1960년 당시 시장에서 외제물건을 팔던 장일감 할아버지는 이웃 여상인에게서 빌린 23만환(화폐개혁 후 2만3,000원)을 42년만에 그 아들에게 500만원으로 갚았다.

2년 전 병으로 사경을 헤맬 때 가족들에게 빚을 갚아달라는 유언까지 했다가 몸이 회복되자 ‘평생의 짐’을 던 것이다.

신의와 성실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하는 미담이다. 아무도 챙기는 사람이 없는 빚을 기어이 갚은 것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일이기도 하다.

지난 해에는, 산불을 낸 남편이 유언으로 상환을 부탁한 벌금 130만원을 식당일을 하면서 20년만에 변상한 용간난 할머니의 이야기가 알려졌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그나마 지탱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용 할머니는 각계 성금으로 소원이던 칼국수식당을 차렸고 올해 3월에는 산불예방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정직과 선행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라온다.

고생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금쪽같이 돈을 아끼지만 필요하면 남을 위해 아낌없이 쓸 줄도 안다. 24일에도 단신 월남해 포목상을 했던 80대 할머니가 평생 모은 13억원을 동국대에 기증했다.

한탕주의가 몸에 배어 있고,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만 잘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세 아들이 문제가 된 요즘, 홍단 3장을 차지하면 판을 싹쓸이하는 고스톱이 유행하고 있다. 정당한 노력과 성실한 노동을 우습게 여기는 한탕주의세태의 반영일 것이다. 신의와 성실로 감동을 안겨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보석처럼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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