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탄생교회서 무슨일이…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 안에 피신해 있는 팔레스타인인들과 교회를 포위한 채 물러서지 않는 이스라엘군의 대치 상태가 20일 이상 이어지고 있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기독교계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기독교 최고 성지에 대한 모독에 분노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국제적 이슈가 된 예수탄생교회 문제는 이-팔 사태 해결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교회로 피신한 팔레스타인 무장대원 30여명, 성직자 30여명 및 미성년자 50여명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민간인 180여명은 3주째 부상과 배고픔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21일 교회를 탈출한 타헤르 마나사(19)군은 10여일 동안 하루 반 컵의 쌀로 버텼으며 18일 이후부터는 물과 소금으로 연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거의 모든 민간인들이 탈출을 원하지만 이스라엘의 총격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총살의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한 팔레스타인인은 25명이다. 3명은 탈출을 시도하다 숨졌다.
교회 안의 성직자들이 전화를 통해 식량과 식수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이 차단하고 있는 상태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진입작전을 포기한 이스라엘군은 탱크와 저격수들로 교회를 에워싼 채 항복 유도 작전을 펴고 있다.
간간히 발생한 총격전으로 30여년 동안 교회의 아침을 알려 온 종지기가 사망하고 예배당 및 기물이 심각하게 파손되는 등 교회는 사상 유례 없는 수난을 겪고 있다.
국제사회는 아기예수의 탄생지에서 무력 충돌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비난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각국이 성지 모독을 규탄하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장소에서 발생한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로마 교황청도 국제군 및 국제 감시단의 파견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비난에 직면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3일 베들레헴 평화센터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첫 협상을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스라엘측은 교회 안의 수배자 30여명에 대해 영구 추방 혹은 이스라엘 법정 회부를 선택할 것을 고집했다. 팔레스타인은 수배자들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로 옮긴 후 팔레스타인 법으로 재판해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은 곧 2차 협상을 갖기로 했지만 조만간 해결은 불가능해 보인다. 테러 근절을 선포한 이스라엘이 수배자들을 순순히 놓아줄 리 없고 팔레스타인측도 “항복하느니 전사로서 당당히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윌리엄 번즈 미국 특사에 이어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안보 대표 등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설득 작업을 펼칠 예정이지만 당분간 교회 종소리와 총격 소리가 함께 울리는 상황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베들레헴 예수탄생교회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는 아기 예수가 탄생한 곳으로 알려진 기독교의 최고 성지이다. 교회 안에는 예수가 태어난 정확한 지점을 표시하는 ‘베들레헴의 별’이 새겨져 있고 예수가 누웠던 말구유도 보관돼 있다.
고대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39년 어머니 성 헬레나의 청으로 봉헌한 이래 예수탄생교회는 각종 분쟁에 시달려 왔다. 524년 발생한 사마리아인의 폭동으로 완파된 후 비잔틴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됐다.
이후 614년 페르시아의 침입 때 교회 대부분이 파손됐으며 11세기 십자군전쟁 때도 파괴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1993년 로마 교황청과 맺은 성지 불가침 서약을 어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군에 의해 예수탄생교회는 또다른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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