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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최후의 성역' 인간복제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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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최후의 성역' 인간복제 카운트다운

입력
200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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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 인간이 연내에 탄생할 것인가.이탈리아 인공수정 전문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의 인간 복제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불임 여성이 복제 인간배아를 임신, 8주째를 맞았다는 5일의 뉴사이언티스트지 보도 이후 그 가능성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티노리 박사는 24일에는 전세계적으로 3명의 복제 인간배아가 이미 자궁에 착상돼 자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이탈리아의 한 TV 토크쇼에서 복제아가 각각 임신 9주, 7주, 6주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지만 관련 증거를 제시하거나 구체적인 상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는 두 명의 임신부는 옛소련을 구성했던 공화국에, 다른 한 명은 한 이슬람 국가에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회의적인 전문가들도 많지만 사실이라면 복제 인간 배아를 임신한 최초의 사례이다. 불임치료 전문가들은 사실일 경우 복제 인간은 초기 유산의 위험기를 넘어 안정기에 들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아가 정말로 복제될 것인지 여부는 지금부터 약 1주 정도 후에 태아의 태반 세포를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하면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한다.

복제 인간의 출현은 그 여파를 짐작할 수 없기에 현대판 ‘판도라의 상자’로 비유되고 있으나 최근의 복제 기술의 발전은 그 상자를 보다 열기 쉬운 상황으로 인간을 몰아가고 있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 연구진은 지난해 말 얼룩무늬 고양이 복제에 성공했다. 동물 복제는 1996년 영국에서 만들어낸 복제양 돌리를 시작으로 쥐, 소, 염소, 돼지 등 주로 가축이나 실험용 동물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애완동물을 복제한 것은 고양이가 처음이다. 흰색계통에 얼룩무늬가 있는 ‘CC’라는 이름의 이 복제 고양이는 유전적인 어미 고양이와는 외피 무늬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3월에는 프랑스 경종학연구소(IRNA) 과학자들이 토끼 복제에 성공했다.

4월 들어서는 대만 동물기술연구소가 인간과 돼지의 유전물질을 함께 갖고 있는 돼지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생리학적으로 쥐보다 인간에 더 가까운 토끼 복제에 성공한 것은 복제 기술의 확실한 진보라는 평가다.

동물 복제는 피부나 조직 세포에서 유전자가 들어 있는 핵을 추출, 사전에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해 자궁에 넣어 임신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생식 과정을 자세히 파악해 난자를 쉽게 얻을 수 있어야 복제가 성공될 확률이 높아진다.

가축은 이 같은 조건을 충족시키기 쉽지만 토끼는 가축만큼 연구되어 있지 않고 난자를 다루기도 어렵다. 그래도 성공한 것은 가축에서 배양된 복제기술의 발전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기술 진보로 인간에게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복제의 목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가축 복제는 대부분 육질이 뛰어나거나 젖이 잘 나오는 품종을 양산하기 위한 것으로 연구비도 국가 등 공공 기관이 주로 지원했다. 그러나 복제고양이 CC의 경우 죽은 애완 고양이를 소생시키기를 원하는 미국의 한 재산가가 대학에 자금을 지원해 이루어졌다.

애완동물이 죽으면 비탄에 잠겨 일과 가사가 손에 잡히지 않는 애완동물 상실 증후군이 있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아 앞으로 이 같은 목적의 복제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애완동물 복제를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경우 복제를 통해 소생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 가깝다는 게 심리 전문가들의 말이다.

또 대만에서 복제된 돼지들은 성숙하면 젖이 혈우병 치료에 상용될 수 있는 인간 혈액 응고 인자와 새끼 돼지의 설사를 예방할 수 있는 단백질을 갖게 되는 등 여러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동물기술연구소의 설명이다. 이 연구소는 돼지의 장기 크기가 인간과 비슷해 인체 거부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장기를 가진 돼지를 개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안티노리 박사가 임신시킨 인간 배아 복제에 사용한 세포는 아랍 부호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부호가 대학의 협력으로 복제 애완동물을 만든 것과 자금을 지원한 인물의 성격이나 동기가 유사하다.

인간 복제를 금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면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복제 금지가 통할 것인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복제인간 제1호가 탄생하면 떨어진 머리카락에 붙어 있는 세포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복제되는 악몽과 같은 이야기가 현실감을 갖게 된다.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

복제 인간 배아를 임신시켰다고 밝힌 세베리노 안티노리(58)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인 산부인과병원을 운영하며 숱한 시험관 아기를 만든 인공수정 전문가이다.

1993년 59세의 미혼 여성사업가를 임신시켜 쌍둥이 딸을 낳게 한 뒤 유명해졋으며,불이의 성직자에게 자식을 갖도록 해 윤리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지난해 8월 파노스 자보스 미국 켄터키대 교수와 함께 인간복제 계획을 발표,세계적 논란을 일으켰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각국의 인간복제 인식

복제 인간배아 임신 성공 보도를 계기로 각국의 인간복제 규제 움직임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우선 지난해 인간복제를 규제할 수 있는 국제협약 마련에 착수한 유엔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인권 및 생의학 협약들을 토대로 새로운 규약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수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유엔 총회의 위촉을 받은 특별위원회의 피터 톰카 위원장은 “인간 복제가 인류에게 비참한 결과를 안겨줄 것이라는 점이 잘 인식되고 있다”면서 “이제 국제사회가 공동 대처할 수 있는 국제협약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하원은 19일 앞으로 5년 간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인간 복제는 물론, 복제한 인간 배아의 수출이나 수입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5월 27일 이전까지의 인간복제금지 법안 처리를 앞두고 찬반 양론이 가열되고 있다.

샘 브라운백(공화ㆍ캔자스) 상원의원이 발의, 하원에서 지난해 통과한 법안은 인간복제를 전면 금지하고, 의학적으로 유용한 줄기세포 연구까지도 형사처벌토록 하고 있다. 에드워드 케네디(민주ㆍ매사추세츠)상원의원이 제안한 또 다른 법안은 생식을 위한 인간복제만 금지하고 치료 목적의 배아 복제는 허용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0일 “전면 금지이외에 어떤 조치도 비윤리적이며 실행 불가능하다”면서 연구용이든 생식 목적이든 일체의 인간복제를 비윤리적인 것으로 규정, 이를 금지해 줄 것을 상원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이 상원에 서한을 보내는 등 주요 대학, 생명공학기업, 일부 과학자들은 치료 목적의 인간배아 복제 연구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치료용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복제를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국가로는 영국이 유일하다. 영국은 기증된 체외수정 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하거나 실험을 할 수 있게 했다. 이밖에 많은 국가들은 이 분야에서의 학문적 업적에 기존 법을 어떤 식으로 적용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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