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캐리 주연의 영화라면 두 가지 패턴이다.‘덤 앤 더머’ ‘마스크’류의 코미디 아니면 ‘트루먼 쇼’와 같은 휴먼 드라마.
우리나라 관객은 짐 캐리의 코미디 보다는 휴먼 드라마에 더 열광했었다.
‘마제스틱’(Majestic)은 휴머니즘 영화에 각별한 재주를 보여온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만들었다는 점에 우선 주목할 만하다.
그는 ‘쇼생크 탈출’을 통해 활극 없이도 탈주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그린 마일’에서는 덩치 큰 흑인에 대한 편견에 맞서는 환상적인 휴머니즘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그가 짐 캐리와 1950년대로 여행을 떠났다.
1951년 할리우드. 잘나가던 시나리오 작가 피터 애플턴(짐 캐리)은 매커시즘의 광풍에 휩싸여 차기 영화제작마저 취소된다.
상심한 그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추락, 어느 해변가에서 발견된다.
그를 발견한 마을 사람들은 극장주인 해리의 아들 루크가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낙담을 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해리는 아들이 살아왔다는 사실에 들떠 폐쇄했던 마제스틱 극장을 다시 열게 된다.
피터는 루크의 옛 애인이었던 아델(로리 홀든)과도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피터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동시에 경찰이 그를 찾아내 다시 청문회에 세우게 된다.
‘마틴 기어의 귀향’ ‘서머스비’처럼 가짜 영웅의 귀환, ‘시네마 천국’에서와 같은 영화 기사와 주인공의 감흥 등 매력적인 설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 짐 캐리의 휴머니즘 연기는 평균점 이상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미리 만들어놓은 음식을 다시 데워 상에 차려 놓은 것처럼 구미 당기는 접시가 없다.
도식적인 줄거리 때문이다.
청문회에 소환된 프랭크가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마을 사람들을 근거로 들며 ‘진정한’ 미국 민주주의에 대해 연설을 하거나, 가짜 루크 때문에 상심한 사람들이 마을로 돌아오는 애플턴에게 보내는 환호, 그리고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애플턴과 아델.
이 모든 것이 한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는다.
흑백 영화가 주는 향수도, 50년대 스탠더드 재즈가 주는 매혹도 살려내지 못한 채 너무 많이 겉돈다. ‘트루먼 쇼’의 감동이 너무 컸던 탓일 수도 있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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