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설 훈 의원의 침묵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지난 19일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씨가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측에 2억5,000만원을 주었다”고 폭로한 이후 나흘을 넘겼다.
이로 인해 여야가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대치국면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수사에 맡겨 보자”는 식의 태도는 대단히 무책임하다.
특히 폭로 당사자인 설 의원은 “최후의 순간까지 (테이프 공개를) 설득할 것”이라고 말로만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유력 정치인의 정치생명을 위협하는 폭로를 한 이상 최소한의 근거만이라도 지체 없이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실 설 의원은 지난 며칠간 조금씩 말을 바꿔 왔다.
폭로 첫날에는 “녹음테이프를 직접 들었으나, 테이프가 내 손에 없다”고 말했는데 이제 와서는 테이프 내용을 직접 들어보지 못한 것은 “경솔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그는 “며칠 전 제보를 받았으며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는데 무엇을 어떻게 확인했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폭로의 대상이 된 이회창 전 총재나 윤여준 의원이 극구 부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치자. 하지만 정작 돈을 주었다는 최씨도 검찰에 구속되던 날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왜 정치인에게 돈을 주느냐”고 부인했다.
물론 우리는 이 문제에 관해 검찰이 가급적 이른 시간 내에, 그리고 공정하게 수사해서 엄중한 책임추궁을 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그전에 설 의원이 먼저 애당초 누구로부터, 또 어떤 방식으로 제보를 받았는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언론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가 ‘거짓말의 주인공’을 찾아내 이 땅에서 추방시키도록 해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치권의 무책임한 폭로전이 더 이상 우리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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