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이 너무 풀어져 나라가 좌초하지 않을까 무서울 지경이다.청와대 비서실 사람들의 비리관련 의혹이 매일 터져 나오더니, 이번에는 경찰청 고위간부가 도피중인 최성규 전 특수수사과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도 사흘동안 숨겨온 사실이 드러났다.
최 전과장의 직속 상관인 이승재 수사국장은 전화 받은 사안을 가볍게 생각해 청장에게 조차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범죄자가 검찰 출두를 앞두고 소집한 심야 대책회의에 참석했다가 잠적함으로써 국민적 관심의 표적이 된 경찰 간부다.
첩보영화처럼 4개국을 거쳐 미국 행 비행기 안에서 전화한 사실을 가볍게 여겼다니, 이 말을 액면대로 믿을 사람이 있을까.
더구나 그는 의혹사건에 관련된 혐의가 드러난 피의자 신분인데 행선지도 묻지 않았고, 이 사실을 뉴욕 현지 주재관에게 통보하지도 않았다.
미국으로 빼돌렸다는 오해가 무서워 통화사실을 밝혔다지만, 뒤늦은 고백 자체가 의심을 살 일이다. 전화 내용을 전하는 말에 부하의 무고함을 대변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기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항간에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최 전총경의 미국 잠입이 성공했다는 ‘기획도피’ 설이 유포돼 있다.
일요일 오전 맨몸으로 황급히 출국한 사람이 어떻게 그리도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도피행각을 할 수 있느냐는 의문, 미국 입국 때의 특별배려 등이 그 배경이다.
이팔호 경찰청장이 청와대와 관련된 특수수사과 업무와 관련해 ‘바보’라고 탄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측근에게까지 그렇게 따돌림을 당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국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공안조직의 기강이 이래서야 어떻게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경찰은 풀어진 기강을 다잡아 영을 세우고, 조직의 배반자를 찾아내 신병인도 요청을 함으로써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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