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봄꽃의 향연은 끝이 난 걸까. 그렇지 않다. 봄꽃은 산에 올랐다.마지막 봄꽃은 붉은 색 철쭉이다. 산 위에서 무리지어 핀다. 한 송이 한 송이 들여다보면 소박하다. 그러나 한꺼번에 아우성을 치면 결코 소박하지 않다.
원래 철쭉철은 5월 중순부터. 올해에는 이른 더위로 벌써부터 피기 시작했다. 6월초까지 산꼭대기를 붉게 물들일 것이다. 철쭉 명산을 돌아본다.
# 바래봉 (전북 남원시 운봉면)
지리산 연봉의 북쪽 끝이다. 스님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정상 부근이 초원처럼 넓게 펼쳐져 있는데 이 곳에서 철쭉이 꽃잎을 연다. 산행의 출발점은 운봉읍에서 약 1.5㎞ 떨어져 있는 용산마을.
목장 뒤로 나 있는 임도를 따라 오르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 않다. 임도가 끝나는 정상 아래의 언덕부터 철쭉의 무리지어 피어있다.
가장 많이 피어 있는 곳은 정상에서 약 1.5㎞ 떨어져 있는 팔랑치이다. 군데군데 붉은 그릇을 엎어놓은 듯하다.
바래봉은 지리산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 정상에 서면 천왕봉부터 노고단에 이르는 주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산길은 팔랑치를 거쳐 임도를 따라 운봉읍으로 내려오는 길과 세걸산을 거쳐 정령치로 가는 종주코스 등이 있다.
# 황매산 (경남 합천군 가회면, 대병면)
평범한 산이었다. 비록 합천군의 군립공원이지만 산행 서적이나 관광지도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무명이었다.
철쭉의 아름다움이 알려지면서 봄이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산이 됐다. 하봉, 중봉, 상봉의 세 개의 봉우리가 있다.
합천호가 생긴 이후 세 봉우리가 물에 비쳐 장관을 이룬다고 해 수중매라 부르기도 한다.
등산로가 난 지 20년이 채 안돼 자연이 살아있다. 아직도 여우나 살쾡이 등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산행을 하려면 무기가 될만한 도구를 챙겨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조언이다.
이 곳 사람들이 ‘개꽃’이라고 부르는 철쭉은 모산재에서 정상에 오르는 목장지대부터 시작해 능선을 타고 상삼봉, 작은골 정상까지 이어진다.
특히 정상 아래에 있는 황매평전의 철쭉 자생지가 넓다. 산행 소요시간은 코스에 따라 1시간~4시간 30분으로 다양한데 험한 구간이 많다.
# 제암산 (전남 장흥군 장흥읍)
장흥군과 보성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 해발 807㎙로 그리 높지 않지만 웅장한 골짜기와 굵은 기암이 연이어져 있는 남성적인 산이다.
인근의 산들이 이 산 정상의 바위를 향해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고 해서 정상의 바위가 제암이고 산 이름이 제암산이 됐다.
산자락은 보성을 지나 멀리 고흥반도까지 맥이 이어져 있다. 정확히 말하면 철쭉 군락지는 제암산이 아니라 제암산과 사자산이 만나는 곳이다.
3만여 평의 산등성이가 온통 붉은 색으로 뒤덮인다. 소나무 몇 그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철쭉이다. 산행시간은 코스에 따라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2시간 30분~4시간 정도 예상하면 되는데, 재암산과 사자산 정상을 모두 종주하는 코스는 7시간이 걸린다.
장흥은 인근의 강진이나 해남 못지 않은 역사 답사지. 보고 느낄 것이 많다.
국보 제117호인 철조비로사나불, 보물 제44호인 삼층석탑석등 등 불교미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보림사, 천관산의 아름다운 산세와 어우러진 천관사 등이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다.
# 두위봉(강원 정선군 남면)
두위봉(해발 1,466㎙)은 골 깊은 정선 땅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들어있는 산. 그만큼 때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주능선 5㎞를 따라 철쭉이 만개한다. 두위봉의 철쭉은 키가 크고 꽃 색깔이 연분홍인 것이 특징.
특히 바람이 불면 아름답다. 흔들리는 꽃잎이 바람에 날리는 눈발 같다.
산행은 자미원역에서 출발, 자뭇골_철쭉군락지_정상을 거쳐 건너편 사북아파트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 5시간이 걸린다.
두위봉 정상은 네모 반듯한 자연석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습.
북쪽으로는 민둥산, 가리왕산, 동쪽으로는 태백산, 남쪽으로는 소백산 등 백두대간의 굵은 줄기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하산길에서 주목단지를 만날 수 있다. 1,800여 년 전에 이루어진 국내 최고령 주목 군락지이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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