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치권이 대선 1차 투표에서 급부상한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의 세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반(反)극우 연대 전선을 형성했다. 좌파 정당들은 2차 결선 투표에서 르펜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제히 ‘자크 시라크 지지’를 천명했다. 특히 우파는 중도와 중도 우파 등 온건 우파 정당들을 하나로 통합, 6월 총선에서 극우 세력을 총력 저지키로 했다.사회당은 22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결선 투표에서 르펜 저지선을 구축키로 결의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당수는 이 자리에서 “시라크를 찍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공산당과 녹색당도 당원들에게 “시라크에게 투표하라”고 공개 요청했다.
사회당은 또 대권을 낚는 데는 실패했지만 6월 9~16일 총선에서 승리해 적어도 좌우 동거정부를 유지해야 한다며 현 연정 파트너인 공산당, 녹색당과 후보 단일화를 실현키로 다짐했다.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정계 은퇴 결정으로 사회당은 올랑드 당수 지휘 아래 총선을 치를 계획이다.
우파는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국연합(RPR), 프랑스민주동맹(UDF), 자유민주주의(DL) 등 범 우파 정당을 통합, 총선에서 577개 선거구별로 단일 후보를 내고 의회에서도 보조를 같이하기로 했다고 필립 두스트-블라지 UDF 원내총무가 23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시라크 대통령도 결선 투표에서 르펜과 FN의 부상을 저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프랑스가 르펜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며 우파의 단결을 촉구했다.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이틀째 이어지고 있는 반 르펜 시위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파리와 릴, 마르세유, 낭트, 툴루즈, 몽펠리에, 그르노블, 스트라스부르 등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이민자 가정 출신 젊은이를 중심으로 고등학생과 시민이 가세해 1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특히 결선 투표를 나흘 앞두고 실시되는 5월 1일 파리 중심가의 노동절 기념 집회에서는 반 르 펜 시위대는 물론 FN 지지자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이어서 대규모 충돌이 예상된다.
한편 르펜 FN 당수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프랑스를 유럽연합(EU)에서 탈퇴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형태가 불분명한 거대 국가 연합식의 유럽에 반대한다”며 “내가 제기하고 싶은 첫번째 문제는 프랑스의 자유 회복과 마스트리히트 체제 유럽에서의 탈출”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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