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3일에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거액 수수 의혹’과 관련한 결정적 증거물인 ‘녹음테이프’의 공개 문제를 놓고 공방을 계속했다.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은 이날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테이프가 안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테이프가) 나오면 모든 게 밝혀진다”며 자신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라는 종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설 의원은 테이프 공개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테이프를 갖고 있는 사람과 현재 간접적으로 통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최후 순간까지 설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테이프를 갖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공개해버리면 아예 아무 것도 안되고 설득도 더 어려워진다”며 신원공개 어려움을 토로한 뒤 “증인은 적당할 때 내세울 것이며, 최소한 1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테이프 내용을 직접 듣지 않고 공개한 데 대해선 “내가 경솔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테이프 공개 지연은 결국 설 의원의 주장이 허구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설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나흘째 농성중인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설 의원 자신이 조사한 것은 아닐 것이고 당에서 시켰을 것”이라며 “설 의원 폭로가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의원직에서 사퇴하지 않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전 총재를 대리해 설 의원을 고발한 신경식(辛卿植) 의원은 “설 의원이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음모에 의한 ‘모략정치’임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선수(陳善守) 부대변인은 “DJ 정권은 혀(舌)로 공(勳)을 세우려다, 혀로 화(禍)를 부른 ‘설훈설화(舌勳舌禍)’ 때문에 몰락을 자초하게 됐다”고 몰아세웠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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