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내주 중 만난다. 여권 안팎에선 이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든 최대 현안인 DJ 아들들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두 사람의 회동은 27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노 후보가 김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노 후보는 23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가진 경선 캠프 회의에서 “이미 밝혀온 대로 경선이 끝난 뒤 내주 중 김 대통령을 뵙도록 일정을 상의해 달라”고 참모진에 지시했다.
문제는 시기와 주변 상황이다. 내주라면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 특히 검찰 수사 상황으로 봐서 3남 홍걸(弘傑)씨 처리 논란이 극점에 달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를 향한 야당의 극한 정치공세도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3남을 거쳐 다른 아들들을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이 온통 ‘홍삼(弘三) 트리오’얘기로 시끄러운 판에 DJ와 노 후보 두 사람이 이를 외면한 채 한가한 얘기만 하리라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렵다.
더구나 두 사람은 이 문제로 직접 타격을 받을 개연성이 가장 큰 처지이다. ‘홍삼’문제는 노 후보가 대선전략을 꾸려 나가는 데에도 중요한 변수다.
아직까지는 “노 후보가 DJ입장을 최대한 배려, 아들들 문제에 대한 처리를 압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노 후보측의 천정배(千正培) 의원과 유종필(柳鍾珌) 공보특보는 아예 “노 후보가 대통령 아들들 얘기를 먼저 꺼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 자신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이 문제에 대해 “내가 말할 시기는 좀 이르고 대통령 입장 표명도 내가 판단하기에 이르다”며 시종 신중한 접근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검찰에서 원칙적으로 잘 처리하면 된다”는 선에서 더 나가지 않았다.
이에 비해 소수이긴 하지만 “노 후보가 당과 자신의 입장을 고려해 DJ가 대국민 사과를 해 주도록 건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어 주목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아들들 문제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노 후보가 대통령을 만나 이를 전혀 거론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이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노 후보가 1997년 당시 이회창씨가 YS에게 했던 것처럼 DJ를 압박하고 몰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노 후보도 그럴 생각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는 “노 후보에겐 DJ와 여론을 모두 일정 수준 배려하는 절충점을 찾는 게 대선 후보로서의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는 첫 작품일 수 있다”며 대국민 사과 건의를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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