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정을 해보자. 가수 유승준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게릴라 콘서트’에 출연하는 상황이다.그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병역기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혐의로 현재 법무부에 의해 입국 금지된 연예인이다.
그런 그가 ‘게릴라 콘서트’에 출연한다면? 그의 잘잘못을 떠나 수많은 팬들은 콘서트에 몰려들 것이고, 굵은 눈물을 흘리는 유승준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동정심을 느낄 것이다. 이게 방송의 힘이다.
이런 가정이 21일 오후6시 현실로 이뤄졌다. 이날 방송된 ‘게릴라 콘서트’에 지난해 3월 다이어트 파문 이후 방송출연을 자제해온 개그우먼 이영자가 출연한 것이다.
‘게릴라 콘서트’는 가수에게 12시간 동안 홍보할 시간을 주고 그날 저녁 열리는 콘서트에 5,000명을 동원하도록 하는 프로그램.
가수로서는 자신의 인기를 단번에 검증할 수 있는 포맷이다.
1년 여 만에 TV에 출연한 이영자의 모습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홍보차 길거리에 나서기를 주저하는 모습과, “밖에 다니기가 너무 두려웠다”라는 솔직한 고백에는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 그대로 배어있었다.
콘서트를 시작하면서 그녀가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저, 잘 할게요”라고 말하자 관객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군산대 운동장에 모인 7,391명이라는 관객 수는 ‘이제 너의 죄를 사하노라’라는 말씀 그 자체였다.
프로그램은 성공했다. 그러나 과연 7,391명이라는 숫자가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일까?
과연 이 숫자로 “운동을 통해 살을 뺐다”며 대중에게 거짓말을 하고 다이어트 광고를 통해 부당이익을 취한 그녀의 모든 죄는 씻어지는 것일까?
14일 방송분에서는 마약 복용 혐의를 받고 있는 코요태의 김 구가 무대 뒤 편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우는 모습을 보여준 ‘게릴라 콘서트’.
이 프로그램은 이미 이 시대 여론의 심판관을 자처하고 있다.
‘게릴라 콘서트’가 섣부른 눈물과 고백과 용서로 해당 연예인에게 면죄부를 주는 이상 ‘제2의 이영자’ ‘제2의 유승준’은 언제고 등장하기 마련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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