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법대를 졸업, LA의 유명 법률회사에 다니고 있는 이모(31)씨는 장기휴가를 내고 6개월 동안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돌아왔다.한국어를 배운 이유는 이씨가 이민 2세임에도 불구하고 법률회사에서 한국기업 및 한국 고객 담당 변호사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지름길이던 변호사와 MBA(경영학석사) 학위 소지자 등 전문직 진출자들의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특히 법조계에 진출한 한인 1.5세와 2세의 경우 변호사 자격과 MBA를 동시 취득하더라도 미국 주류사회의 높은 벽에 부딪혀 좌절, 결국 한인사회로 되돌아오고 한인사회에서는 한국어 소통이 안 돼 외면당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무역업을 하는 김상호(54)씨는 “한국말과 영어를 동시에 유창하게 하는 변호사들이 드물다”며 “사무장에게 한국말로 설명해 주더라도 변호사에게 얼마나 정확히 전달되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매년 수백명씩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 수에 비해 한인사회의 법률시장은 급성장하지 못해 일자리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5년간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한인은 1997년 220여명, 98년 190여명, 99년 190여명, 2000년 240여명, 2001년 250여명으로 매년 200여명의 한인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다.
민병수 변호사는 “한인타운의 경우 한인 150명당 변호사 1명 꼴로 포화상태”라며 “특히 주류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2세 변호사들이 타운으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MBA 졸업장도 더 이상 취업의 보증수표가 아니다.
명문대 MBA과정을 마치고도 취업이 안 돼 한인사회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빛은행 강신국 인사관리부장은 “직원 모집 때 MBA 등 고학력자가 많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노스웨스턴 켈로그 경영대학원의 경우 지난해 81%였던 졸업생 취업률이 올해는 55~60%로 떨어졌고 뉴욕대 경영대학원도 올해 취업률이 60% 미만이다.
한인이 다수 재학중인 한 경영대학원 관계자는 “취업이 안돼 고민하는 졸업생들이 잇따라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스테이트 계열대 MBA 과정에 다니는 유학생 이모(26)씨는 “영주권도 없는데다가 취업난까지 겹쳐 학위를 취득하면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성훈기자 shgo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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