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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간병일기'로 친구 살린 설동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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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간병일기'로 친구 살린 설동민씨

입력
200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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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목숨이 걸린 1원, 1원을 위해 천근 같은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21일 오전 10시30분 충북 청주시립 종합체육관 앞. 설동민(22ㆍ한국교원대 영어교육과 2)씨가 42.195㎞ 대장정의 출발선에 섰다. 희귀병을 앓으면서도 3,000여만원의 수술비가 없어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문태웅(文泰雄ㆍ16ㆍ경기 안산경수중 2년) 군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1m 1원’ 모금을 위해 난생 처음 지역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것이다.

설씨는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온 몸이 마비되는 ‘길랑-바레 증후군’으로 고생하던 친구 이승훈(李昇勳ㆍ22ㆍ성균관대 법대2)씨를 보살피며 자신의 홈페이지(0179.wo.to)에 간병일기를 썼던 주인공(본보 2000년 12월29일 27면).

침도 스스로 뱉어내지 못했던 이씨는 설씨의 간병 덕분에 많이 좋아져 올해 2학기에 복학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설씨는 이후에도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사연들이 너무도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설씨는 결국 지난해 6월부터 골수암의 일종인 골수이형성 증후군을 앓기 시작한 문군을 살려내기로 다시 작정했다.

문군은 1년 정도의 생만 남겨 놓은 채 휴학하고 집에서 외로운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 올 2월에야 일본에서 유전자가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았지만, 아버지가 IMF 한파로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회사를 나와 수술비는 언감생심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동민이형을 알게 됐는데 저를 위해 마라톤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설씨의 마라톤 참가 소식을 들은 문군은 이내 눈물을 떨궜다.

이날 설씨는 대회 종료 1시간이 넘은 6시간20분 만에 결승점에 다다랐다. “연습 도중 다친 다리에 쥐가 나 수 차례 쓰러졌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러나 설씨는 고민이 더 커졌다. 마라톤 완주에 따라 후원자로부터 1인당 4만 2,195원을 받게 돼 있지만 후원을 약속한 이는 고작 72명(303만8,00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녀석의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다면 마라톤 코스를 다시 한번 기어서라도 완주할 수 있을텐 데….” (후원계좌 농협 211066-51-026027 예금주 문태웅)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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