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은 연출방식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뉜다.가장 손 쉬운 것이 인형을 들고 손으로 동작시키며 연출자 혼자 대사를 하는 방식이다.
인형의 손과 발에 가느다란 막대를 연결해 무대 밑에서 동작을 조종하는 방식은 한 단계 발전된 형식이다.
반대로 인형의 손과 발 얼굴 어깨 무릎 등에 가는 실을 연결해 무대 위에서 당기고 늦추며 조종하는 방식이 있다.
인형이 크고 움직임이 자연스러운데다, 여럿이 분담한 막후대사도 그럴듯해 인기가 높다.
■ 대통령 아들의 관련의혹을 불러온 두 최씨 주연의 사건은 인형극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많은 출연자들의 극중행동이 복잡하게 얽혀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렵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움직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최규선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밀항권유 사실을 털어놓았다.
“나도 나갈 테니 권유에 따르는 게 좋겠다.” 범죄자가 소집한 대책회의에서 최성규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한 말이다.
■ 믿는 데가 있었던지 주인공은 권유에 따르지 않았지만 신변의 위험을 느낀 특수과장은 말대로 밀항을 했다.
중요 사건 관련자가 아무 제지 없이 공항을 빠져나가 4개국을 거쳐 미국 잠입에 성공한 것이다.
출국직전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만난 사람은 통상업무 때문이었다고 감싼다.
그런 사실들을 까맣게 몰랐던 경찰 총수는 스스로 ‘바보’라고 말했다. 뒤늦게 체포 조를 보내 보았지만 잡힐 리 없었다. 오히려 연극이란 의심만 샀다.
■ 최 과장이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날 미국은 우리 공관의 면담요청조차 거부했다. 그 뿐 아니라 6개월 체류허가를 내주고 특별통로로 빼돌려 몰래 입국시켰다.
이민국과 경찰 직원을 동행시켜 한국 관헌의 접근을 막아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이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형극이 보이지 않는 연출자 손에 움직인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래도 재미가 있는 것은 정의와 충효와 의리를 좇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은 커녕 비리은폐에 급급한 인형극은 관람자 공분만 산다.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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