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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조건부 MOU체결 / 헐값논란… 주총통과가 최대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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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조건부 MOU체결 / 헐값논란… 주총통과가 최대고비

입력
200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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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반도체가 22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 5개월 가까이 끌어온 하이닉스 매각협상이 사실상 종착역에 이르렀다.하지만 양측이 서명한 MOU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구속력이 떨어지는 ‘상징적 합의’ 수준에 불과한데다 핵심쟁점 중 하나였던 가격조건에서도 채권단이 너무 많이 양보해,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헐값매각 시비 불가피

하이닉스 반도체가 발표한 조건부 MOU안에 따르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하이닉스 메모리사업부문 인수대가로 주식 1억860만주를 내놓기로 했다.

이는 마이크론 주식가격을 주당 35달러로 계산한 것으로 당초 합의안(MOU 시점 전 10일 평균가격)에 의한 평균가 29.84달러보다 무려 5달러나 많은 가격이다.

기존 합의안에 의한 매각조건보다 채권단이 손에 쥘 주식수가 무려 3,000만주나 줄어드는 셈이다. 19일 종가(29.5달러)로 환산하면 매각대금은 총 32억370만 달러에 불과하다.

채권단이 MOU체결과 동시에 주식을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약 6억 달러나 손해를 보는 것이다.

한빛은행 이덕훈행장은 “하이닉스 메모리 매각대금으로 받을 마이크론 주식 가격이 최근 2주 사이에 10달러 가까이 폭락, 마이크론이 협상을 파기해야 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며 “당초 마이크론이 제시했다가 철회했던 ‘하한선 35달러’를 우리측이 다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특히 하이닉스 메모리라인 인수 대가로 마이크론에 지원키로 한 15억 달러에 대해서도 마이크론 본사의 보증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당초 입장에서 선회, 본사 보증 없이 전액 대출해주기로 해 지나치게 굴욕적인 협상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대금 배분, 산 넘어 산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메모리 인수대가로 채권단에 38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주고, 현금 2억 달러를 비메모리 잔존법인(하이닉스)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채권단이 받을 38억달러는 채권 금융기관들이 ‘빚잔치’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

특히 이 가운데 10억 달러는 하이닉스 미국 유진공장의 외국은행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실제로 국내 채권단이 쥐게 될 대금은 28억 달러 선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소액주주 매수청구 대금(최소 15억~20억 달러) 등으로 상당부분이 빠져나가면 10억 달러 안팎으로 쪼그라든다.

반면 국내 채권금융기관들이 하이닉스에 빌려준 돈은 약 8조원(62억 달러).

3조원의 출자전환(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5조원(38억 달러)은 받아야 하는데 28억 달러 정도가 모자란다는 계산이다.

이에 따라 양측이 MOU에 약정한대로 이 달 30일까지 채권 금융기관들의 동의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비관론도 일고 있다.

더욱이 본계약을 위해선 80~90%의 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과 주주총회에서 표결대결까지 벌여야 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선 매각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이덕훈 한빛銀長 일문일답 “5월까지 본계약 체결 계획”

하이닉스 반도체 협상팀 대표인 이덕훈(李德勳) 한빛은행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론과 맺은 조건부 양해각서(MOU)는 현 상황에선 최선의 결과”며 “하이닉스에 대한 정밀실사를 거쳐 5월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_마이크론 주가를 너무 고평가해 받는 것 아닌가.

“이번 협상은 현금이 아니라 주식을 매개로 한 거래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 고민이 많았다. 주식 기준가격을 35달러로 했는데 이는 마이크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선이다. 현 시세에 비하면 높은 게 사실이지만 주식은 현재보다는 미래가치가 중요하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야 가능하면 싸게 사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_매각대금으로 받을 주식을 당장 처분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해선 마이크론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냈다. 최장 3년 동안 못 팔게 했던 기존 조건을 많이 개선했다. 지금부터 4개월 이후부터 1년 이내에 모든 주식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_채권단이 실제 쥐게 될 돈은 얼마나 되나.

“마이크론 주식이 얼마나 올라주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채권단에 돌아올 몫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건 단순한 채권 회수가 아니다.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선 걱정해야 하는데 그런점에서(하이닉스 매각은)잘 된 일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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