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실시된 프랑스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좌파인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에게 패배해 결선투표 진출이 좌절된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일이다.극우파는 사상 처음으로 결선 투표에 진출한 기쁨에 들뜬 반면 사회당은 1969년 이후 33년만의 결선 진출 실패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정치 분석가들은 좌파 후보의 난립과 선거운동의 실패, 현 정권에 대한 유권자 반발 등이 패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6명이 난립한 후보 중 좌파 후보는 모두 9명이었고 집권 좌파 연정에서만 조스팽을 비롯해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후보 단일화 실패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극우파의 바람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도 패인으로 꼽힌다.
조스팽 총리가 5월 결선 투표 이후 선거결과에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한 것도 워낙 충격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극우파의 부상이 9ㆍ11 테러참사 이후 전 세계에 몰아치고 있는 보수 회귀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지난 해 이탈리아 자유의 집 동맹의 집권으로 불기 시작한 서유럽의 우파 바람은 덴마크ㆍ포르투갈에 잇달아 우파 정권을 탄생시켰다.
극단적인 반 이민정책과 국수적인 공약을 내세운 르펜 당수의 정치적 비중이 높아지면 프랑스에서 좌파의 입지와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 좌우파의 역학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치적 지각변동이 일어날 소지도 크다. 좌파로서는 6월 총선에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게 됐다.
르펜의 부상이 국민들의 실제 극우화 경향을 반영한 것인지, 현 동거정부에 대한 단순한 반발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총선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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