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올 시즌 초반 기아의 돌풍이 거세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점령한 기아는 11승3패1무, 승률 0.786(22일 현재)를 기록하며 중간순위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10승 고지 선점의 의미는 남다르다. 프로야구 20년 역사에서 먼저 10승을 챙긴 21개 팀(2001년 2개 팀) 중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경우는 11번이나 된다. 당초 ‘잘해야 4강권’으로 분류되던 기아의 약진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탄탄한 마운드와 감독의 용병술
해태시절인 1997년 한국시리즈 우승이후 하위권으로 추락했던 기아의 도약은 모기업 기아자동차의 든든한 재정 지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해 7월1일 야구단을 인수한 기아자동차는 연봉협상에서 후한 대접으로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웠고 외국인 선수와 신인 스카우트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전력을 보강했다.
팀 분위기가 바뀌면서 최상덕_마크 키퍼_김진우로 이어지는 마운드도 몰라 보게 탄탄해졌다. 최상덕과 김진우는 나란히 3승을 챙기며 다승 공동선두에 올라 있고, 외국인 투수 마크 키퍼도 기복은 있지만, 기대 이상의 역투를 하고 있다.
특히 초특급 루키 김진우는 3경기서 18과 3분의2 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는 위력적인 투구로 기아 마운드의 주축이 되고 있다.
김성한 감독의 귀신 같은 용병술도 빼놓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매 경기마다 중요한 승부처라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히든 카드를 내미는 대타작전을 구사했는데, 이것이 적중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21일 롯데전에서는 1_1로 맞서던 6회 무사 1, 2루의 찬스가 오자 김 감독은 신동주를 빼고 김민철을 대타로 기용했는데, 김민철은 기다렸다는 듯이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심상치 않은 기아 돌풍
그렇다면 기아는 지금의 상승세를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이종범-뉴선-홍세완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가 파괴력이나 집중력 면에서 상대 구단의 마운드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 마무리 리오스의 방어율이 4.91에 이르러 여전히 불안하고 팀 실책이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19개인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 법. 프로야구계에서는 시즌 초반 기아의 돌풍이 단순한 바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9차례나 우승했던 저력을 토대로 기아가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삼성을 밀어내고 현대와 더불어 2강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아 상승세의 지속 여부는 23일부터 펼쳐지는 강력한 4강후보 두산, 삼성과의 광주 6연전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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