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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울라라 시스터즈' - "클럽을 살려라" 왈가닥 4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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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울라라 시스터즈' - "클럽을 살려라" 왈가닥 4인방

입력
200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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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라라 클럽과 네모 클럽은 2대에 걸친 라이벌 관계다.잘 나가던 라라 클럽은 네모 클럽을 인수하지만 마음 착한 아버지는 클럽을 처분하지 않고 있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다.

현재. 상속녀인 조은자(이미숙)가 운영하고 있는 라라 클럽은 파리만 날리고, 건너편 네모 클럽은 나날이 번성한다.

경영난에 처한 은자는 급전을 끌어 쓰는데 이는 모두 네모 클럽 김거만(김보성)의 농간. 김거만은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단숨에 클럽을 낚아채 쇼핑 센터를 짓겠다는 생각이다.

위기에 처한 은자를 돕기 위해 음치 가수 혜영(김민) 웨이트레스 경애(김현수)가 고군분투하고, 손님을 폭행하고 클럽을 나갔던 미옥(김원희)이 돌아와 ‘울랄라 씨스터즈’를 결성한다.

이들이 손님을 끌기 위해 벌이는 공연이 이 영화의 주 볼거리다.

‘울랄라 싸스터즈’는 평론가보다는 관객을 겨냥하고 만든 영화다. 음악과 춤, 그리고 네 여자를 보여주는 코미디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춤과 노래로 일어선다는 것은 ‘풀 몬티’와 비슷하지만, 사회상이나 가지지 못한 자의 아픔, 그것을 극복하는 감동 같은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그렇다고 ‘막가는’ 농담이나 상황을 설정하는 것도 아니다.

여자 배우가 많이 나오지만 너무 희화화 하지 않겠다, 설정은 밤무대이지만 ‘15세 관람가’ 수준으로 성적인 코드는 배제하겠다 등등의 결심이 엿보일만큼 영화는 순진, 혹은 명랑하다.

때문에 몸보다는 말장난이 많다. 거만한 악당, 김거만과 ‘좋은 자’를 소리나는대로 쓴 조은자라는 이름만으로도 영화는 우리 편과 다른 편으로 갈린다.

여기에 가슴 큰 글래머 가수 유방희까지. 세상 물정 모르고 오버하기 잘하는 조은자, 남이 얘기하고 나면 꼭 뒷북치며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애 등의 이야기가 엇갈리기 시작하면 맹꽁이 여자들의 수다를 옮겨 놓은 듯하다.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재미있는 소재를 다 끌어 모았지만 예상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여자 레슬링에 끌려 나가서 온 몸에 멍이 들고, 전국 노래 자랑에 나가 1등은커녕 제대로 노래 한마디 못 부르고 돌아오지만 이렇게 생기는 웃음은 2초를 버티지 못한다.

과장된 흑인 가발과 검은 화장, 플라스틱 가발과 맘보, 붉은 장미와 라틴 댄스.

배우들은 빈번히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고치고, 춤을 추지만 영화 속 배우들이 즐거운 만큼 관객들이 유쾌하지 못하다는 게 큰 문제다.

김거만이 노심초사, 청부업자까지 불러 찾으려 했던 상자에서 나온 것이 옛날 네모 클럽의 채무각서였고, 이것으로 모든 고민이 끝난다는 설정은 싱거워도 너무 싱겁다.

김보성의 연기는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치밀하지 못한 이야기나 미국식 쇼무대에 이런 저런 단점을 모두 잊게 할만한 인상적인 춤과 노래 장면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단점이다.

탤런트 김원희가 코믹 연기로 영화에 데뷔한 것은 꽤 잘한 일로 보인다.

TV에서도 보였던 그녀의 코믹 연기는 다소 뻑뻑한 연기자들의 산발적인 연기를 코미디로 묶는데 기여, ‘윤활유’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올해 42세인 이미숙이 20, 30대 배우들과 춤이나 몸매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다행스럽다.

‘단적비연수’의 박제현 감독의 두번째 영화. 26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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