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와대는 악몽에 가위 눌린 듯 창백하고 우울하다.농담이 사라진 지는 오래고, 현안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조차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밤새 안녕하시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일 청와대가 비리와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여간해선 흔들림없는 김대중 대통령도 상심하고 있으며 주변에서는 "대통령의 건강이 걱정"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김 대통려은 신물들을 꼼꼼히 읽고 있으며 관련 보고를 받고 있으나 고통스런 내심을 내비치지는 않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지금 청와대에 가장 무겁고 민감한 문제는 김 대통령의 아들 3형제가 이용호 사건,최규선 사건 등 비리 의혹에 거론되고 있는 점이다.이재만 전 행정관의 정보유출의혹,최성규 전 총경의 해외도피 방조의혹등도 전말이 규명돼야 할 중요한 사안들이다.
22일에는 청와대 근무 떄의 일은 아니지만 임정엽 전 행정관이 건설회사로부터 돈을받은 혐의로 구속됐다.윤석중 해외언론비서관이 LA 총영사관 홍보관 시절 김 대통령의 3남인 홍걸씨와 이신범 전 의원의 거래에 개입한 것도 흐트러진 기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싸늘한 시선도 잘 알고 있는 표정이다.
특히 최규선씨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식의 폭로를 하는 배덕한 인물임에도,대통령 아들과 청와대 관계자가 돈 때문에 이용당했다는 점에 국민 여론이 매우 비판적이라는 사실에도 적지 않은 신경을 쓰고 있다.
청와대가 이런 처지에 빠진 것은 내부 기강을 확립하는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과거 정권처럼 청와대가 기업으로부터 수천억 원의 통치자금을 걷고 대가를 주는 정경유착은 없어졌지만,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비리는 내부 통제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았던 결과로 볼 수 밖에 없다.청와대는 이런저런 반성을 해보면서 고통스러워 하고 있지만 별다른 수습책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논리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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