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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혜의 충무로 사람들] '재밌는 영화'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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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혜의 충무로 사람들] '재밌는 영화' 김수로

입력
200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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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 ‘오비이락’ ‘적반하장’ ‘점입가경’ ‘분골쇄신’…. 그와 사자성어 시합을 했다가 깨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스테프의 우정 다지기 족구시합에서 뒤집어지는 코믹 해설자, 매번 설 때마다 다르게 준비하는 무대 인사말의 귀재. 김수로(32)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나 돌아버리겠네…” 가슴을 쫙 펴고 기찻길에서 ‘박하사탕’의 설경구를 흉내내고 있는 김수로의 표정과 상황은 국내 최초의 패러디 무비 ‘재밌는 영화’의 명장면이 됐다.

밤늦게 자장면 배달시켰다고 열 받아서는 인근지역 철가방들을 동원해 주유소 습격 4인방에게 당당히 ‘맞짱’을 요구하는 겁없는 사나이, ‘화산고’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나, 장량이야!”를 외쳐대며 대학원생 이상의 얼굴로 당당히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탄력있는 배우.

그는 수많은 연극무대를 통해 기본기를 다진 뒤 영화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쉬리’(북한공작원) ‘주유소습격사건’ ‘반칙왕’(아수라) ‘비천무’(무사) ‘리베라메’(벙어리 소방관) ‘달마야 놀자’(왕구라) ‘화산고’ 등 관객동원 상위의 영화들에 출연을 해오고 있다.

“우연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몇 달 동안 가까이서 지켜보니, 이 남자는 자신을 결코 우연이나 행운의 배에 몸을 실은 게 아니다.

어디서든 삐쭉 튀어나올 만큼 유난히 큰 키와 큰 목소리를 가진 그의 무기는 단연 성실과 노력이다. 거기에 타고난 두뇌회전이 한몫을 한다.

이름이 화제작 크레딧에서 한 한칸씩 올라가는 최고의 이유가 성실이라면, 타고난 끼는 한 개도 없는가? 아니다.

‘달마야 놀자’의 왕구라 역은 시나리오 초고단계부터 그가 찜한 캐릭터였다.

그는 좋은 시나리오의 냄새를 맡아 그 역할을 거머쥐는 명민함은 물론 누구보다 연구하고 분석해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제 역할을 완벽히 이해해 버리는 부지런함까지 갖췄다.

숱한 현장에서 사람들은 그를 ‘설정의 황제’라고 부른다. ‘달마야 놀자’에서 그는 단 한 장면도 편집에서 드러낼 수 없을 정도로 코믹한 유행어를 만들어내 영화의 구석구석을 마무리했다.

당시 신인배우인 류승수와 커플이 되자 그는 상대가 잘해내야 자기의 연기가 빛난다는 것을 알고 촬영이 있는 전날이면 류승수를 방으로 불러들여 밤새도록 호흡을 맞춰 다음날 촬영에 임했다.

파트너에 대한 배려가 자신의 역할에 미치는 영향을 아는 머리 좋은 배우, 김수로는 요즘 많은 영화사들로부터 주체 못 할만큼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수로가 나오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행운의 꼬리표가 붙어있으니. 본명은 선배배우와 같은 김상중인데, 목사님이 지어주신 김수로라는 이름을 얻은 후 이름처럼 빼어나게 길을 잘 찾아가고 있다.

얼마 전 한 주간지 특집기사 중 ‘봐버리고 말았어’라는 코너에서 현재 스타들의 옛모습을 보여주는 깜짝사진들이 공개된 적이 있었다.

저 유명한 ‘투캅스’의 한 장면인, 경찰서 앞에서 총 들고 서있는 의경사진이 딱 걸렸다. 숨기려 하지만 이 친구 알고보니 단역 하나를 해도 대박이었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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